성서는 예나 지금이나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다. 혹자에겐 허구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누군가에겐 절대적 진리 차원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조건 덕분에 성서를 소재로 한 종교영화에 상상력이 덧입혀질 경우 종종 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기존의 해석을 뒤집어놓은 문제작이 될 수도 있고, 원전을 영상으로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노아>가 전자에 해당된다면 <선 오브 갓>은 후자의 경우다. <선 오브 갓>의 원작은 지난해 북미에서 방영된 드라마 <더 바이블>로, 성경의 내용을 성실히 옮겨놓았다. 오프닝에서 구약의 사건들이 스펙터클 위주로 속도감 있게 다뤄지고 나면, 2시간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채우는 것은 신약을 바탕으로 한 예수의 일대기다. 전반부는 복음을 전하는 예수의 신성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크리스토퍼 스펜서 감독은 CG를 동원하여 예수가 행하는 신비로운 기적을 가시화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한편에서는 대제관과 총독 빌라도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장면들이 교차되며 예수를 탄압하는 배경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예수는 체포된 지 반나절 만에 십자가형에 처해진다. 가혹한 고문을 동반한 수난사는 대속의 숭고함을 강조하고, 마침내 예수는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해 보인다.
<선 오브 갓>은 교인이 아니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경의 이야기로 꼭꼭 채워진 영화다. 예수의 행적뿐만 아니라 유다의 배신, 베드로의 부인, 의심 많은 도마 등 사도들의 면면도 드러난다. 성경의 방대한 내용을 최대한 담아내려다 보니 이야기 진행이 다소 압축적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면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텍스트에 충실하다는 것은 종교영화가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종교적 사랑과 용서, 구원의 메시지를 구하는 관객이라면 <선 오브 갓>에 만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