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3부작에서 한국 사회의 치부를 그려왔던 전규환 감독의 신작 <마이 보이>는 전작들과 여러 가지 차별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우선 대체로 일반 대중에게는 낯선 배우들을 통해 규범화되지 않은 영화문법을 지향했던 종래의 작품들과 달리 차인표, 이태란과 함께 작업했다. 기성 배우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연기의 틀을 깨뜨리기 위해 상당히 고심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이름만 들어도 대번에 특정한 연기 톤을 떠올리게 했던 그들이 과도한 감정을 덜어내고 담백하게 연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천(이석철)에겐 병원에 누워 있는 동생 유천이 있다. 엄마(이태란)는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체로 유천과 함께 보낸다. 유천이의 빈자리는 이천이의 기억으로 채워진다. 늘 병약해서 돌봐줘야 하고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보기만 하던 동생 유천은 이젠 그 귀찮음마저도 한없이 미안하고 그리운 존재이다. 남편도 없이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이천과 뇌사 상태의 유천을 돌보는 엄마의 삶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남편의 친구였던 도공(차인표)이 그녀와 가족 곁을 늘 지킨다. 하지만 동정과 애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들의 관계도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서사는 이천과 엄마가 각자 동생 혹은 아들 유천을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을 끊임없이 교차하는 서사의 교직이 퍼즐풀기처럼 긴장감을 준다. 이천은 동생의 빈 휠체어를 끌며 기억을 더듬고 엄마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려던 마음이 욕심임을 깨닫고 유천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길고 과잉된 듯한 마지막 시퀀스는 감독의 연출방식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실망할 틈도 없이, 눈물 훔칠 틈도 없이 엔딩 크레딧이 관객을 현실로 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