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죽은 남편과 똑같이 생긴 남자 <페이스 오브 러브>
2014-04-16
글 : 김보연 (객원기자)

5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니키(아네트 베닝)는 여전히 남편을 향한 사랑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어느 날 죽은 남편과 놀랄 정도로 똑같이 생긴 톰(에드 해리스)을 우연히 만나 자신도 모른 채 그의 뒤를 쫓는다. 그 뒤 톰과 인연을 만든 니키는 죽은 남편에 대한 얘기는 숨긴 채 톰과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처음 만난 날부터 니키는 톰과 죽은 남편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톰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만다. 시작부터 어긋난 둘의 사랑은 과연 행복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설정만 보아도 눈치챌 수 있듯이 <페이스 오브 러브>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을 노골적으로 의식하고 만든 영화다. 이는 단순히 니키의 집에 걸린 <현기증> 포스터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현기증>에서는 죽었던 여자가 남자 앞에 다시 돌아왔다면 <페이스 오브 러브>에서는 죽었던 남편이 니키 앞에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니키는 운명에 이끌리듯 죽은 남편과 똑같이 생긴 톰에게 사랑을 느낀 뒤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헷갈려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유명한 박물관 신과 자동차 추적 신까지 오마주하며 <페이스 오브 러브>는 <현기증>의 닮은꼴 영화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페이스 오브 러브>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건 물론 아니다. ‘더블’이란 컨셉을 범죄물로 풀어냈던 <현기증>과 달리 <페이스 오브 러브>는 본격적인 멜로드라마의 길을 걷는데, 이때 가장 먼저 삐걱거리는 건 니키의 캐릭터이다. 영화 속 니키의 말과 행동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이라서 이야기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이를테면 새로 만난 톰을 계속해서 죽은 남편의 이름으로 부르거나 아예 톰을 죽은 남편으로 착각하는 장면들은 니키의 슬픈 사랑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관객이 실소를 흘리게(또는 오싹해지게) 만든다. 그러니 영화가 애초에 의도했을 두 사람의 어긋난 사랑과 그로 인한 슬픔이 설득력 있게 그려질 리 없다.

물론 이런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일 때 발생한 기묘한 순간들이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다른 쪽으로 열어놓으며 흥미로운 순간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때 이 영화는 단지 정신분석 연구의 한 사례 정도로만 읽힐 뿐이다. ‘애도’에 대한 특별한 사례로서의 니키는 인상적이지만 멜로드라마의 비극적 주인공으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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