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앤의 유년 시절 <빨간머리 앤: 네버엔딩스토리>
2014-04-16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빨간 머리 앤> <소공녀> <비밀의 화원> <작은 아씨들>은 소녀들의 책장을 빛낸 대표적인 동화책들이다. <빨간 머리 앤>의 원작자가 캐나다 여성 작가라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70년대부터 <빨간 머리 앤>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했고 국내 시청자들도 그 이미지에 익숙하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조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빨간 머리 앤>도 원작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잘 의식되지 않는다. 캐나다의 원작자, 일본의 시청자, 그리고 한국의 독자까지 서로의 존재를 잘 모른채 기묘하게 얽힌 문화적 현상의 중심에 <빨간 머리 앤>이 있었다.

20세기 초 캐나다의 시골 마을에 고아인 앤이 입양된다. 입양을 신청한 마릴라와 매튜 남매는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오자 당황한다. 일손이 필요했던 남매가 남자아이를 부탁했는데 여자아이인 앤이 오게 된 것이다. 발랄하고 쾌활한 앤은 남자아이 못지않게 잘 해낼 수 있다고 마릴라와 매튜를 설득한다. 남매는 갈등하지만 붙임성 있고 의욕적인 앤을 내치지 못한다. 앤은 모두의 신임을 얻으며 마을의 일원으로 잘 적응한다. 어느새 4년의 세월이 흐른다. 앤은 장학금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는 것은 물론, 모두가 바라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모든 일이 잘 풀리지만 매튜 아저씨의 건강이 악화되어 앤의 유년 시절은 서글프게 마감된다. 길고 긴 앤의 인생사 중 <빨간머리 앤: 네버엔딩스토리>는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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