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십년째 사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런 짐작을 하리라. 더벅머리에 후줄근한 티셔츠를 꿰차고, 병든 부모님 한분쯤 계시고, 철없는 동생은 용돈 달라고 징징대고, 이게 우리의 통념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해 이런 모습이 예전만큼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유산을 짊어진 고시생 한정도(정겨운)는 아직도 이런 몰골이다. 지지리 공부를 못하던 정도가 공부에 도가 튼 것은 전적으로 사교육 덕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방문한 여교사들의 풍만한 육체 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든가, 여하튼 정도는 서울대에 당당히 입학했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현재의 평범한 가장 한정도의 과거사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상당 부분이 과거 회상이다.
여기서 <용의주도 미스 신>이 떠오른다. 정도에게도 사시 합격할 날만을 고대하며 뒷바라지하는 속물 여자친구가 있다. 부잣집 딸 진경(이지연)은 아르마니 양복을 사주고 비싼 식당에도 데려간다. 진경의 속셈은 훤히 알겠는데 문제는 정도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실패한 고시생의 인생사 외에 이 영화가 무얼 말하려는 것인지 헷갈린다. 한국 사회의 사교육 문제, 가정을 방기한 부모의 책임, 이해관계로 남녀의 만남이 좌지우지되는 해프닝? ‘이쁜 것’은 아마도 자신의 주제를 알고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쁜 것’이 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