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폴 워커의 유작 <아워즈>
2014-04-16
글 : 윤혜지

2005년 여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다. 놀란(폴 워커)은 조산기가 있는 아내 애비게일(제네시스 로드리게즈)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 잠시 뒤 놀란은 태어난 아기가 딸이고, 아내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심지어 아기는 너무 일찍 태어난 탓에 최소 48시간 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허리케인을 피해 다른 곳으로 대피하고, 놀란은 아기와 함께 전력이 끊긴 병원에 고립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기의 인공호흡기는 3분마다 한번씩 수동으로 충전해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워즈>는 폴 워커가 홀로 움직이고 독백하면서 끌어가는 영화다. 사이사이에 삽입된 뉴스 클립과 플래시백은 상황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거나 놀란의 고립감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트메어>(2010)와 <더 씽>(2011)의 각본을 썼던 에릭 헤이저러의 감독 데뷔작인 <아워즈>는 무난하긴 하나, 재난영화치고 지나치게 별일이 안 생긴다. 일촉즉발의 순간이 묘미일 재난영화에서 전개가 예상 가능하다는 것은 쥐약이다. 놀란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 순차적으로 제시된다. 가령 심각한 부상으로 번질 줄 알았던 손의 상처와 감전사고는 벌어지기만 할 뿐 그대로 넘어가 맥이 빠져버리는 식이다. 액션 스타라고만 생각했던 폴 워커의 아버지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성의 없는 연출 탓에 놀란의 아기에 대한 애정이 미션 수행에 대한 강박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폴 워커의 고생이 원맨쇼로 보이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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