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를 능가할 영리한 견공이 나타났다. 아니, 영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IQ가 무려 800이다. 이제껏 어떤 특출한 강아지도 ‘인간의 친구’ 이상의 영예를 얻지 못했지만 피바디만큼은 예외다. 그는 남자아이 셔먼을 입양해 인간의 아버지 노릇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아빠가 꼭 좋은 아빠는 아니듯, 유례없는 ‘사기 캐릭터’에게도 육아는 만만치가 않다. 셔먼은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때때로 통제 불능이고, 뒤치다꺼리는 피바디의 몫이다. 게다가 이번엔 사고를 크게 쳤다. 셔먼의 현장학습(?)용으로 비밀리에 발명한 타임머신을 타고, 셔먼과 그의 친구 페니가 멋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버린 것이다.
고대 이집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고대 그리스를 오가는 왁자지껄한 모험을 거치며 피바디와 셔먼이 배우는 것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아버지는 아이가 결코 의도대로 자라지 않음을 인정하고, 아이는 책임과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주제는 제법 진지하지만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모나리자, 다빈치, 아가멤논 등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역사 속 인물들이 공헌하는 바가 큰데, 개성 넘치는 성격이 생기발랄하게 덧입혀진 덕분이다. 그 디테일이 섬세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밌다. 오히려 어린이 관객에겐 다소 수준 높은 감도 있지만, 뛰어난 스펙터클과 영상미만으로도 그들을 매료시키기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