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첫사랑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셔틀콕>
2014-04-23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익숙한 것들을 모아 낯설게 만들기, <셔틀콕>이 그런 영화다. 영화를 구성하는 이야기들은 매우 익숙한데 장면은 진부하지 않으며, 바탕에 깔린 정서는 보편적인데 대사는 상투적이지 않다. <셔틀콕>은 로드무비의 공식을 십분 활용하지만 빤한 여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셔틀콕>의 여행은 생생하고 신선하다.

첫사랑, 이복 남매, 이 두 요소는 매력적이나 잘못 결합되면 낭패를 본다. 그런데도 반복적인 모티브가 되는 까닭은 치명적인 서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셔틀콕>의 세 형제는 부모의 재혼으로 만난 관계다. 첫째딸 은주(공예지)와 막내 은호(김태용)의 엄마와, 둘째아들 민재(이주승)의 아빠가 결혼하여 셋은 형제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이들은 사이가 좋다. 그런데 부모가 교통사고로 한날 사망하자 셋은 고아가 된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민재는 은주를 누나가 아니라 여자로 느낀다. 영화의 첫 장면은 민재의 휴대폰에 찍힌 은주의 동영상이다. 둘이 놀이동산에 놀러간 날이자,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순간이 거기에 저장되어 있다. 민재는 남자친구도 있는데 왜 나랑 이런 곳에 오는지 묻고, 은주는 너랑 노는 게 좋아서라고 대답한다.

사랑은 항상 발신과 수신이 어긋나서 문제다. 민재와 은주도 잘못된 사인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실은 사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본질적인 금기가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발화된 것과 발화되지 않는 것들이 교신하려다 보니 문제가 뒤엉켰다. 우리끼리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는 은주의 말을 민재는 다른 뜻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은주는 남자친구와 현금 1억원을 들고 가출한다. 은호와 남은 민재는 10개월 만에 은주의 소재를 알게 되고 추적을 시작한다. 민재는 혼자 가려 했지만 몰래 동승한 은호와 서울부터 남해까지의 긴 여행을 시작한다. 서산, 당진, 전주, 남해까지 이어지는 형제의 여정은 녹록지 않다. 민재는 은주를 찾고 싶은 것이지만 겉으로는 은주가 갖고 튄 돈을 닦달한다.

“조금만 치면 털이 빠지고, 혼자서는 연습도 못하는, 생긴 것도 이상한”, 은호가 설명하는 ‘셔틀콕’이다. 그것은 곧 첫사랑이기도 하다. 첫사랑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그렇듯이 민재도 아프게 성장한다. 누구보다 힘들게 통과의례를 치른 것이다. 세 아이들의 연기가 모두 뛰어나지만 이주승은 올해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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