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실사로 돌아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2014-04-23
글 : 송경원

1980년대 후반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90년대 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가 실사로 만들어졌다. TV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애니메이션 실사판과 달리 설정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꿨다. 레이버라 불리는 인간형 로봇이 범죄에 악용되는 세계, 레이버 범죄를 상대하기 위해 창설된 경찰 특수부대 특차 2과는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1세대 대원들이 은퇴하고 최악이라는 2세대를 지나 3세대 대원들로 교체되었다. 장기불황과 유지, 보수의 어려움을 이유로 레이버가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 2013년을 배경으로 낙오자들의 집합소가 된 특차 2과는 경찰용 레이버 98식 잉그램과 함께 다시 현장에 투입된다.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예상 가능한 거의 모든 지점에서 원작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다.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원작의 주인공들도 사라졌고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어둡고 진지한 철학적 성찰도 없다. 무엇보다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실사화된 레이버가 그냥 거대한 프라모델 같다. 총 14화로 기획된 시리즈 중 0화와 1화를 묶어 개봉한 이번 영화는 프롤로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긴 어렵다. 예전부터 2족 보행로봇의 무용론을 주장해온 오시미 마모루는 새로운 시리즈를 통해 원점으로 회귀하려 하는데 다수의 팬들이 여기에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기대했던 레이버의 경우 안 움직이는 것과 못 움직이는 것의 차이가 큰데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아무리 봐도 후자처럼 보인다. 적어도 아직까진 굳이 실사화로 다시 제작했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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