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버지와 가족들간에 남은 감정 <아버지의 이메일>
2014-04-2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2008년 12월23일 아침 8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건조하고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속에는 어떤 회한도 아쉬움도 없다. 뒤늦게 컴퓨터를 배운 아버지는 죽기 직전 1년간, 2녀 1남 중 둘째인 감독에게 자신의 삶이 담긴 43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감독은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뒤 이메일을 열어보고는 어머니와 형제들에게도 보여주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버지의 죽음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아버지와 가족들간에 남은 탓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6.25 전쟁 발발 2년 전인 1948년,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월남한 이북 실향민이다. 죽기 직전 그는 평생 일궈온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한다. 떠남과 집, 이 두 단어는 아버지의 삶에 있어 거의 모든 것이다. 남한에서도 그는 늘 어딘가로 떠나야만 했는데 베트남전쟁 때는 자청해서 베트남에 갔고 중동 붐이 일때는 사우디에 갔다. 하다못해 용달차를 끌어서라도 이동해야 했던 아버지는 해외로 떠나려던 꿈이 좌절되자 스스로 집에 갇힌 채 술의 기운을 빌려 삶을 연명한다. 영화는 가족과 주변인의 인터뷰와 사진, 이메일에서 발췌한 아버지의 글로 구성된다. 몇몇 장면에서는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와 이를 지켜보는 감독의 모습을 담은 재연드라마가 등장한다. 자신의 가족을 다룬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가족과 감정적인 거리두기를 시도하지만, 순간순간 감정적으로 동요하다 결국 그 둘 사이의 진동으로 극을 완성한다면, <아버지의 이메일>은 충분히 연민에 빠질 만한 상황임에도 끝끝내 담담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 담담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대신 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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