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블랙박스]
[한국영화 블랙박스] 더 큰 생태계, 더 많은 종을 위해
2014-04-28
글 : 원승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장)
거대 상영업의 독립/예술영화의 투자/수입/배급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아한 거짓말>은 CGV 무비꼴라쥬가 투자와 배급을 맡은 영화다.

상영업은 언제까지 성장할까? 영화산업의 기반인 상영업은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위기를 맞았지만 새로운 전략으로 이를 극복했다. 멀티플렉스로 전환한 뒤 유연한 판매로 수익성을 높였고 대형화면과 입체영상, 음향 등 기술혁신을 통한 관람체험 전환으로 한편의 영화를 다른 방식과 더 비싼 금액으로 판매하며 성장했다. 한국의 상영업도 마찬가지다. 멀티플렉스로 전환하며 ‘되는 영화’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해 고수익을 올렸고 관람체험 혁신은 물론 회원제도, 안락한 좌석 등 특화된 서비스로 새 수요층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뿐인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도모하고 가격경쟁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했고, 과점시장을 형성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 해마다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한 이면에는 이런 피나는 노력과 기술혁신 그리고 시장지배력 강화가 있었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는 지속되는 위협이다. 과점은 이미 완성됐고 기술과 서비스 혁신은 변별점이 사라지고 있다. 가격경쟁은 수익성을 저하하기 때문에 더는 유효하지 않다. 과점 내 경쟁자를 이기고 수익을 창출할 새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CGV가 4DX와 스크린X 등을 개발하는 것은 차별화된 기술로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창출 전략이 필요하다. 이 전략 중 하나가 니치(틈새) 개발이다. 그동안 니치는 주류 시장의 틈에서 단순히 생존만을 추구하는 주변적이고 소극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획일적 대중에서 잡식성 대중으로 변하는 환경에서 니치의 의미는 바뀌고 있다. 니치에 대응하지 못한 거대 기업은 생존의 위협을 맞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업엔 새 기회가 열린다. 독립/예술영화는 그간 상영 시장의 주변부로 취급돼왔지만 더이상 그렇지 않다.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자 새로운 먹거리다.

최근 한국 최대의 상영업자가 독립/예술영화의 투자/수입/배급을 본격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사업자들에게 큰 위기가 되는 수직계열화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해당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성장전략일 뿐이란 점이다.

니치는 생태학에서 ‘생태적 지위’를 의미한다. 생태학은 생태계가 커질수록 새로운 종의 확산 및 번성이 쉬워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번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최대 상영업자가 경쟁자로 직접 참여하는 생태계 확대가 과연 풍부한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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