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각본 피터 랜즈먼 │출연 폴 지아매티, 잭 에프론│ 개봉 3월20일
1963년 11월22일 텍사스주 댈러스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J. F. 케네디는 그곳에 도착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괴한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누구나 다아는 이 비극적이고 자극적인 사실이 <더 파크랜드>의 출발이다. 극 초반 자막으로 고지하듯 영화는 ‘그가 암살당한 날과 이후 3일 동안 벌어진 실제 사건을 담고 있다’. 대통령 경호실과 FBI는 곧 있을 대통령 카 퍼레이드의 완벽한 준비를 예감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일터에서 TV 앞으로 모이거나 라디오 볼륨을 높여가며 현장에 주목한다. 대통령을 직접 보기 위해 현장으로 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카메라를 든 평범한 시민 제프루더(폴 지아매티)도 있다. 잠시 뒤 모두가 아는 사건이 터진다. 대통령은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으로 이송되나 결국 숨을 거둔다. 그 사이 용의자로 지목된 자가 붙잡히나 몇 시간 뒤 그 역시 저격당해 파크랜드로 이송되나 사망한다. 사건 발생 사흘째, 피해자와 용의자는 각각 워싱턴과 댈러스의 땅속에 묻힌다.
암살 그 뒤를 압축해 쫓아간다는 기본 뼈대도 그렇거니와 화면편집과 카메라 앵글의 쓰임 때문일까. <더 파크랜드>는 극영화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접근해서는 ‘이것이 실제 사건’임을 강조한다. 퍼레이드 현장을 비롯해 사건 당시의 영상물이 영화 틈틈이 삽입되었고 케네디가 파크랜드로 이송되는 장면은 현장 기록을 남기기 위한 영상물처럼 찍혔다. <캡틴 필립스>에 이어 베리 애크로이드가 이번에도 실화를 재현해 현장감 넘치는 화면을 촬영해냈다. 경호 무리를 따라 카메라가 휙휙 돌아가고, 원거리에서 줌인으로 사건 현장에 바짝 들어감으로써 관객에게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두개골이 박살났다”라는 대사만 들려줄 뿐 케네디의 망가진 육신이나 얼굴은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 것도 다큐멘터리로서의 윤리적 태도처럼 읽힐 만하다. 하지만 <더 파크랜드>는 엄연히 극영화이고 그 점에서 보자면 암살이 구심점은 되나 드라마의 구심력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졸지에 목격자가 된 제프루더나 평생 용의자의 형으로 살아야 하는 남자처럼 암살로 삶이 송두리째 변한 실존 인물들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예상 가능한 정도의 이야기와 감정선까지만 건드리고 만다.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정보보다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듣고 싶은 관객에게는 생동감 넘치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