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편의 파리 투어 가이드북 <위크엔드 인 파리>
2014-04-30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위크엔드 인 파리>는 파리로 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을 떠난 부부의 좌충우돌 2박3일을 그리고 있다. <노팅 힐> <굿모닝 에브리원> 등 로맨틱코미디의 교본이 되는 영화를 만들었던 로저 미첼 감독 작품이다. 최근 개봉했던 영국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도 다르고 주인공의 연령대도 다르지만 분위기나 주제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도발적이면서도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가치를 신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국에 사는 부부가 파리를 여행하는 이야기니만큼 파리 시내 곳곳이 흥미롭고 낯선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 자체가 한편의 파리 투어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버밍엄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닉(짐 브로드벤트)과 생물 교사인 멕(린제이 덩컨)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파리여행을 계획한다.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는 부부의 모습이 보이며 영화가 시작된다. 닉은 신혼여행을 리바이벌하고 싶어 하지만 멕은 그다지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사 꼼꼼하고 진지한 닉과 엉뚱하고 충동적인 멕은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이다. 아마도 서로 다른 면에 끌려 결혼을 했겠지만, 다름은 30년 동안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30년 결혼생활을 들려주지 않지만 관객은 2박3일 동안 둘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닉과 멕 부부는 현재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해 있다. 하나 있는 아들은 약물중독인 데다 아직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살고 있다. 닉은 한 여학생의 항의로 대학에서 해고된 상태다. 멕은 생물 과목과 교사라는 직업이 지긋지긋해서 학교를 그만둘 예정이다. 멕의 더 심각한 고민은 닉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멕은 자신도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부부가 우연히 만난 동창 모건(제프 골드블럼)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한 것이다. 책을 써서 돈과 유명세를 얻고 젊은 여자와 재혼한 모건은 닉과 극적 대비를 이루는 삶을 살고 있다. 결정적으로 닉과 멕은 이 파티에서 자신들의 인생을 돌아보고 서로의 관계도 점검하게 된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묵었던 호텔의 최고급 객실, 유명 작가들이 묻힌 몽파르나스 묘지 등 부부가 다니는 모든 곳이 파리의 명소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저 미첼 감독 자신은 닉보다 모건과 흡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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