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페인풍 백설공주 외전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2014-04-30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투우사의 딸로 태어나 사디스트 새엄마의 학대를 받던 소녀가 죽을 위기를 겪는다. 그 뒤 소녀는 왕자의 키스를 받아 행복하게 살았을까? 영화는 기이하고 우아하며 가혹한 동화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배경은 카메라와 축음기가 등장한 20세기 초, 투우와 플라멩코의 정열 가득한 스페인의 세비야다.

황소에게 공격받은 아빠가 중태에 빠지자 엄마는 난산 끝에 카르멘(마카레나 가르시아)을 낳고 피에 젖은 채 죽는다. 축복받을 성찬식날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어린 카르멘의 눈부신 백색 드레스는 상복처럼 검게 물든다. 새엄마의 집에서 전신마비된 아버지를 만나 투우 기술을 배우지만, 소녀는 새엄마의 음모로 숲속에서 죽을 위기를 겪고 난 뒤 기억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그녀는 동화의 공주처럼 일곱 난쟁이를 만났기에 ‘백설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는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의 영감, 루이스 브뉘엘의 시적 유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도발적 감각을 연상시키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영혼을 빼앗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뛰어난 발상과 특별한 재주다. 무성영화 스타일로 만들어졌기에 영화의 핵심은 빛과 그림자, 흑과 백이다. 흑백영화이기에 검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 핏빛이 강렬하고도 기이한 잔상으로 남는다. 관객은 눈처럼 하얀 순결성이 아니라 가혹한 삶에 파고드는 칠흑 같은 불온함에 압도당할 것이다.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는 불온하고 매혹적인 스페인풍 백설공주 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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