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립’ <디태치먼트>
2014-05-07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뉴욕 교외에 위치한 어느 고등학교에 헨리 바스(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임시 교사 자격으로 부임한다. 현재 이 고등학교는 주변의 문제아들이 모여들면서, 아이들이 일으킨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감이 방문해 교장 등과 학교의 존폐 여부를 상의하는 가운데,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교사들은 제각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난처해하고, 몇몇은 사임의 뜻을 내비친다. 그러던 중 헨리가 맡은 학급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그에게 주어진 한달이란 기간 동안, 그는 학생들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타협적인 자세로 학급을 이끌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학급의 외톨이 메레디스(베티 케이)가 일으킨 심리적 사건이 모든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게다가 헨리는 거리에서 몸을 팔며 연명하는 가출소녀 에리카(사미 게일)를 우연히 만나 보호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내부에 숨겨져 있던 트라우마와 직면하고 만다.

과거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서 인종차별주의를, <레이크 오브 파이어>(2006)에서는 낙태 문제를 다루었던 토니 케이 감독이 이번에는 교육과 가족의 문제를 들고 왔다. 영화 <디태치먼트>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립’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삐걱거리는 교육 시스템이 사람들을 우울의 나락으로 내모는 현상을 영화는 드라마틱하고 화려하게 묘사해 보여준다. <위험한 아이들>(1995)과 <클래스>(2008) 등이 동일한 주제를 다루었지만 이들에 비해 <디태치먼트>는 주인공이 ‘냉정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극의 주인공은 교육에 대한 확인된 목표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 외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감독은 그의 내면을 스토리보다는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정교하게 표현하려 애쓴다. 이를 위해 실제 교사들의 인터뷰 화면이 다큐멘터리처럼 삽입되거나, 애니메이션 이미지들이 등장할 때도 있다. 슈퍼 8mm 카메라로 촬영한 과거 플래시백 화면 또한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힘을 더한다. 화려한 비주얼 탓에 시스템이 아니라 스타일에 치중한 영화라는 비판을 들을 여지도 있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교육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의 거울이 된다는 측면에서 인상적이다. 에이드리언 브로디, 마샤 게이 하든, 제임스 칸 등 오스카상에 빛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젊은 배우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에리카 역의 사미 게일은 상냥한 얼굴로 상처받은 소년 역을 깔끔하게 소화하고, 메레디스 역의 베티 케이 또한 타입화된 역할을 흠집 없이 마무리한다. 베티 케이는 감독의 딸로, 이번 영화는 그녀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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