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부터 센강 동쪽에서는 100주년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에서는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 관련 전시회를, 강을 사이에 두고 도서관과 마주보고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는 이를 추모, 기억하고자 지난 100년간 제작된 전쟁을 주제로 다룬 다양한 영화들을 3월 말부터 꾸준히 상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네마테크에서는 이 기관의 창립자 앙리 랑글루아 탄생 100주년 행사를 채플린의 극중 캐릭터인 ‘샤를로’의 등장 100주년 행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실, 랑글루아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영화 베스트10이 뭐냐고요? 쉬운 질문입니다. 그야 뭐 채플린 영화 열편이죠!”라고 시원스럽게 대답했을 만큼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1936년 랑글루아가 창립했던 시네마테크는 잘 알려진 대로,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자크 드미 등 누벨바그 감독들의 주요 모임 장소였다. 고다르의 표현을 빌려 그의 존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랑글루아는 당시 젊은 감독들에게 그야말로 “빛을 준” 인물이었다. 이렇다 보니, 랑글루아 탄생 100주년 기념은 한 사람의 일생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대기적 접근이라기보다는 그가 살았던 시기의 역사적 사건, 다양한 예술 사조, 그리고 영화 매체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행사는 4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이 기간 동안 랑글루아 관련 서적 출판 기념 행사, 컨퍼런스, 랑글루아식 실험영화 제작 워크숍이 진행되고, 샤를로 100주년 특집전을 비롯해 랑글루아가 좋아했던 (여)배우들이 출연한 작품, 그를 통해 고전이 된 작품, 그리고 그의 영화관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고다르의 <영화사>도 상영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프로그래머, 탐험가, 예술가 그리고 건축가로서 랑글루아가 지녔던 여러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앙리 랑글루아의 상상 박물관전>도 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