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백업 가수’들을 통해 보는 팝의 역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2014-05-14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스타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백업 가수’들을 통해 팝의 역사를 돌아보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음악에서 시작해서 사회와 인생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다큐멘터리다. 1960년대부터 활약한 백업 가수들은 1980년대까지 호황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린다. 음악 산업과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이상 백업 가수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업 가수의 전성시대는 로큰롤의 개화와 더불어 열린다. 로큰롤 가수들은 백업 가수와 적극적인 협업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발전시킨다. 특히, 블랙 뮤직을 지향한 영국 뮤지션들은 백업 가수의 역량을 십분 활용했다. 1970년대, 음악이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보컬은 가수 이상의 역할을 갖게 되고 백업 가수의 활약도 커지게 된다.

과거 공연 영상은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조 카커, 데이비드 보위, 비틀스, 마이클 잭슨과 백업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상에서 음악이 제공하는 환희와 열광을 느낄 수 있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백업 가수들의 현재 생활과 인터뷰가 뼈대를 이루는데 음반 제작자, 가수, 음악평론가, 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경험과 음악 철학을 들려준다. 루 리드, 달린 러브, 매리 클레이튼, 리사 피셔, 주디스 힐 등 영화에 등장하는 백업 가수들은 모두 다른 인생 역정을 걸어왔으며 음악을 하는 태도도 다르다. 이들의 엇갈린 운명은 개인적인 선택뿐 아니라 사회와 음악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단순히 음악을 소재로 한 다큐가 아니다. 음악, 개인의 삶, 사회의 변화가 복잡하게 뒤엉킨 역사를 탐방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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