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구를 위해 나타난 구세주 <고질라>
2014-05-21
글 : 주성철

1999년 동일본 대지진이 자연재난이 아니었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시간을 더 거슬러 1954년 비키니섬에서 행해진 핵실험 또한 다른 목적이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포드(애런 존슨)는 15년 전 일본에서 살던 시절, 그 사건으로 인해 어머니(줄리엣 비노쉬)를 잃었다. 이후 해군 장교가 된 그는 아내 엘르(엘리자베스 올슨)와 행복하게 지내지만, 일본에 남아 과거의 사건을 계속 연구 중인 아버지 조(브라이언 크랜스턴)와는 사이가 썩 좋지 않다. 한편, 필리핀 정글에서 화석화된 매우 크고 오래된 방사능 잔존물이 발견되는데, 고질라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겐)는 그 공포의 괴수의 존재를 직감한다.

<고질라>는 앞서 만들어진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처럼 그저 도시를 파괴하는 괴물이기보다, 오히려 지구의 균형을 되찾아주기 위해 나타난 구세주 같은 존재인 것. 폐쇄돼 있던 일본의 잔지라 원자력 발전소를 시작으로 하와이를 쑥대밭으로 만든 무토를 쫓아 고질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고질라>는 날아다니는 무토를 통해 모스라, 킹기도라 등 수많은 고질라의 적들이 등장했던 일본 특수촬영물의 역사를 끌어들이고, 1998년 버전과 달리 둔탁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고질라의 오리지널리티에 근접하려고 한다. 또한 <에이리언> 시리즈 등에서 본 것처럼 징그러운 ‘번식’의 이미지까지 끌어들인다.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슈퍼히어로의 개인기 혹은 인간과 외부세계의 대결 위주로 흐르고 있다면, <고질라>는 그와 달리 야심차게 원본의 향수를 살려내려고 애쓴다. 그저 제 할 일만 하는 고질라의 과묵한 뚝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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