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재력가 알렉스(우고 실바)는 새로운 애인과 함께할 달콤한 미래에 눈이 멀어 아내를 죽이기로 한다. 작전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만 그날 밤 알렉스는 경찰의 전화를 받는다. 영안실에 있던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다. 숨겨두었던 살인의 증거가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경찰은 알렉스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내가 일부러 죽은 척한 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라 판단한 알렉스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한다.
스페인 출신의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데뷔작인 <더 바디>는 반전에 모든 것을 건 스릴러영화다.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트릭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다가 결정적인 ‘한방’으로 모든 퍼즐을 풀어버리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러한 ‘반전영화’의 공식을 따라 <더 바디>는 죽은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사라진 물건이 갑자기 등장하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사건들을 보여준 뒤 마지막 순간에 트릭을 공개하며 이야기를 짜맞추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데 문제는 반전을 알고 난 뒤 발생한다. 사건의 비밀은 풀렸지만 그 진실을 통해 새로 밝혀진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모든 사건을 계획한 범인(들)이 위험을 무릅써가며 일을 이 정도로 복잡하게 벌인 것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반전의 구조를 기계적으로 짜맞추는 데만 신경 쓰다 반전의 당위성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더 바디>는 관객을 속이기 위한 반전이 이야기의 기본적인 상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스스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