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이 아니다. 이번에는 온(怨)이다. 그리드 아일랜드에서의 모험이 끝나고 찾아온 잠깐의 휴식. 곤과 키르아는 추억이 깃든 장소인 천공격투장으로 향한다. 격투가들의 축제인 배틀 올림피아에 즈시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크라피카와 레오리오는 물론 비스케와 윙 등 반가운 얼굴이 오랜만에 모이고, 히소카와 네테로 회장까지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의문의 사내들이 경기장을 점령하더니 ‘온’이라 불리는 베일에 싸인 능력으로 네테로 회장을 인질로 잡는다. 곤을 비롯한 헌터들은 이들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도가시 요시히로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헌터x헌터>의 두 번째 극장판인 <극장판 헌터x헌터: 더 라스트 미션>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갖는 ‘이벤트’로서의 성격에 충실한 작품이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건 원작 팬들이 좋아할만한 점이다. 비스케에서 윙, 즈시로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합동 작전이라든지 옛날부터 능글 맞았던 부회장 패리스톤의 모습 등은 극장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준다.
그러나 이번 극장판이 원작 <헌터x헌터>의 고유한 세계관을 따르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갑자기 등장한 ‘온’의 개념이나 원작에서는 아직 재회하지 못한 곤과 크라피카가 아무렇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또한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미인 치열한 두뇌 싸움이 사라지고 무작정 힘으로 승부하는 필살기 대결만 남은 것은 가장 큰 단점이다. ‘넨의 오묘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