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귀신이 산 사람을 강간한다 <귀접>
2014-05-28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연수(이언정)는 동생 연희(박수인)와 둘이서 살고 있다. 어느 날부터 연수는 밤마다 귀신에게 강제로 귀접을 당한다. 연수는 혹시라도 연희에게 피해가 갈까봐 집을 떠난다. 3년 뒤, 대학생인 연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던 중 연희의 첫사랑이었지만 스토커로 변해 연희를 괴롭혔던 학철(김재승)이 군 제대 뒤 복학한다. 학교를 그만둘 수 없는 연희는 고민하고, 학철은 그녀를 괴롭힌다. 그러던 중 연희는 언니에게 붙어 있던 귀신에게 귀접을 당하고, 배가 점점 불러온다.

귀신과의 만남은 많은 영화들이 다루어온 소재 중 하나이다. <귀접>은 귀신이 산 사람을 강간한다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귀신과의 만남을 성적인 관계에만 국한한다. 이 영화에선 귀신이 어떤 이유에서 두 자매를 강간하는지, 귀신이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가 중심을 맞추는 곳은 자매의 정, 즉 가족간의 사랑이다. 영화는 초반에 연희와 학철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곧 귀신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곧이어 집을 나갔던 언니가 돌아오면서 자매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자매는 갈등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뜬금없는 귀신의 강간은 개연성이 부족하고 학철과의 갈등도 곁가지처럼 느껴진다. 가족간의 사랑에 비중을 실은 나머지 죽은 사람과의 절절한 사랑을 다룬 멜로도 아니고 귀신에 대한 공포도 아니고 성적인 욕망을 다룬 에로티시즘이나 판타지도 아닌 모호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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