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제작은 할리우드의 본능이다. 뽑아 먹을 여지가 있는 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속편들이 극장가를 점령하는 가운데, 시리즈가 아닌 영화들도 속속 속편 제작에 나섰다. 조엘 즈윅 감독의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은 개봉 당시 <옵서버>로부터 “친숙한 클리셰들의 반복적인 나열”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흥행 면에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500만달러의 저예산영화가 20주간이나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만 2억4천만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들였으니 제작사 입장에서 이 영화를 가만 놔둘 이유가 없다. 감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톰 행크스가 게리 고츠먼, 리타 윌슨과 함께 제작자로 나섰고 주인공들이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이번에도 니아 발다로스가 여주인공을 맡았으며 그녀는 시나리오 작업에까지 참여한다.
평이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공식을 충실히 좇았던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 이어 이번에는 SF다. 1996년 여름 극장가를 점령했던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2>가 제작된다. ‘물량공세로 승부한다’는 평을 듣는 독일 태생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는다. 그는 시나리오 초안 작업에도 합류한다. 아직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 캐스팅을 비롯한 영화의 전반적인 윤곽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감독이 2016년 7월1일 개봉한다고 못을 박아뒀으니 몇년 안에 롤랜드식 블록버스터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래드 피트의 좀비블록버스터영화 <월드워Z>(2013)의 속편 제작도 단연 눈여겨볼 만하다. 브래드 피트가 이번에도 제작자 겸 배우로 나설 예정이다. 감독에는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더 임파서블>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가, 각본에는 <프라이버시> <로맨틱 레시피>의 스티븐 나이트가 각각 내정됐다. 이들 속편들이 전작의 알짜배기만 쏙쏙 빼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