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피 튀기는 폭력’에 관한 단편영화 세편을 모았다. <레디액션! 폭력영화>는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소개된 동일 소재의 장르영화들을 한데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정재웅 감독의 <민호가 착하니 천하무적>은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남자 민호(민호열)가 우연히 엮이게 된 폭력의 연쇄에 반격하는 내용이다. 뚜렷한 원인을 가지고 납득할 수 있는 폭력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우발적이어서 도리어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폭력의 알고리즘을 생각하게 만든다. 최원경 감독의 <메이킹 필름>은 스너프필름을 소재로 한 단편의 촬영현장을 담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의 감독(최원경)은 주인공 성근(오성근)에게 연출 의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이 과정이 편집 없이 하나의 컷으로 완성된다. 다큐적인 감상을 이용해 장르와 현실을 오가는 신선한 재기를 선보이는 단편. 김도경 감독의 <나의 싸움>은 세편 중 가장 안정적인 드라마 형식을 취한 작품이다. 주인공 도경(장우진)의 내레이션이 들려오는 가운데, 어린 시절부터 유약했던 어느 고등학생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강인한 남자가 되기 위해, 도경은 절도권을 배우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지만 여전히 위태롭다.
화려하진 않지만 개성적이다. 폭력적이지만 웃음을 준다. 장르 내음이 가득한 단편영화들이다. 동일 주제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적 상징을 말하는 반면, 누군가는 폭력을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짧지만 진솔한 젊은 감독들의 진검승부 <레디액션! 폭력영화>를 보고 있으면, 폭력조차 인간적이고 신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