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 x cross]
[trans x cross] 관객 눈높이에서 영화제를 공유하겠다
2014-06-09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홍보대사 모델 김원중

“모델 김원중이 우리의 1순위였다.”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의 홍보대사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올해 영화제의 메인 컨셉이 ‘글램’이라면 더더욱. 남성적이기보다는 중성적이며 때론 페미닌한 매력까지 가졌다는 평을 듣는 김원중이 아닌가. 그런 그가 ‘글램록’ 스타일의 영화들을 소개한다면? 게다가 그는 지금 대한민국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 아이콘이다. 그런 그와 함께 영화를 본다면? 영화제를 알린다는 홍보대사의 취지에 이만큼 딱 맞는 인물도 드물다. 그는 올해부터 매년 음악의 특정 장르를 선정해 음악영화제 본연의 컨셉에 충실하겠다는 영화제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다. 홍대 상상마당 영화관에서 6월6일부터 열흘간 펼쳐질 페스티벌에 함께하는 그를 만났다.

-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선정될 만큼 평소에 영화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건가.
=일상에서 영화와 음악은 항상 나와 함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특별히, 유별나게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깊이 파고든 적은 없었다. 그저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수준이다. 음악도 그렇다. 그래서 처음 홍보대사 제안을 받았을 때 일주일 정도 고민했다. 평소 심각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서 “일단 해보지 뭐” 싶어 수락했다. 홍보대사라는 걸 해보는 게 처음이다.

-영화제의 중심 컨셉이 ‘글램’이다(화려한, 귀티 나는’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glam. 성정체성의경계를 허무는 스타일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특히 ‘글램록’은 1970년대 영국에서 시작한 음악장르로 영화, 패션계 등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줬다.-편집자) 나름 정의를 내려본다면.
=내게 ‘글램’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데이비드 보위 한 사람이다. 지난해 패션지에서 그를 컨셉 삼아 화보 촬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무대 위에서 굉장히 화려한 글램록을 선보이는 데이비드 보위를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 이번 음악영화제의 포스터 역시 보위를 시안으로 잡았는데 느낌은 다르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 아래로 내려온 공허한 듯한 표정의 보위를 연상케 한달까. 나 스스로도 이번 작업을 통해 또 다른 글램을 경험해본 것 같다.

-영화제 상영작 중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을 추천작으로 꼽았다.
=상영작 리스트 가운데서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관객과 편안하게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내용 자체도 청춘과 반항,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을 다룬 터라 지금 우리 세대의모습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고. 세명의 주인공 중 나는 마이클 피트가 연기하는 매튜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라.

-<몽상가들>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한다.
=내가 정치적, 시사적 관점을 갖고 있진 못해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다 건너뛸 예정이다. 물론 영화제 홍보대사이고 또 이 영화의 추천자이긴 하나 관객과 똑같은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다. 영화라는 게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도 평도 달라질 수 있는 거잖나. 그 자리가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내가 정답을 얘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을 전달하고 관객과 공유하고 소통하면 되지 않겠나.

-상영작 리스트 중 미리 챙겨본 작품 혹은 추천작 외에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한국 개봉 15주년을 기념해 무삭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개막작 <벨벳 골드마인>은 이번에 처음 봤다. 눈여겨보고 있는 건 <그녀>! 그리고 지드래곤의 콘서트 실황 영상인 <원 오브 어 카인드>. 그는 K팝에서 새로운 글램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이다.

-상영작이 아니더라도 평소 즐겨보는 영화는 뭔가.
=마블 시리즈! SF나 액션물을 좋아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시각적으로 예쁜 미술영화도 좋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래서인지 집중이 잘되더라.

-영화제 홍보대사로 만났지만, 패션모델 김원중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다. 2009년 데뷔 이후 줄곧 승승장구다. 특히 지난해 아시아 모델로는 최초로 ‘프라다’ 무대에 섰다. ‘에트로’, ‘코스튬내셔널’ 등 대형 쇼에도 올랐고 뉴욕에도 진출했는데.
=지금이 나의 전성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모델로서 해오던 일을 꾸준히 하는 건 마찬가지일 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향수병이 심해서 해외 활동 중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그런 부분이 앞으로의 계획에도 크게 작용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방송 활동을 통해 보다 친근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다.

-만화 <원피스>의 루피가 ‘난 해적 왕이 될 남자 루피다’라고 말한 것을 ‘난 지금 모델 왕이 아니라 모델 왕이 될 남자’라고 스스로 바꿔 말한 바 있다. 팬들 사이에서 ‘킹원중’, ‘모델왕’으로 통하는데.
=2013년 당시 해외 활동을 시작하고 모델로서 좀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름 인용해봤다.

-그렇다면 본인의 현재 위치는.
=왕은 아닌 것 같고. (웃음) 후배, 동료 모델들이 해외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 모두가 톱 같다. 여자 모델에 비해 남자 모델은 톱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요즘 들어 좀 많아진 건데 의도치 않게 내가 그 주축이 됐다. 패션계에서 남자 모델들의 활동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이런 명맥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가길 바란다.

-김우빈, 이종석 등 모델 출신의 젊은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혹시 연기에 관심이 있나.
=데뷔 당시 배우해볼 생각 있냐며 연락이 많이 왔다. ‘싫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가 내 대답이었다. 모델이 배우로 가는 전 단계처럼 여겨지는 게 이해가 잘 안 갔다. ‘모델 출신들은 연기를 못한다’는 평도 듣기 좋지 않았고. 근데 이제는 좋은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모델 출신으로 성공한 배우들도 많이 보이고 다들 또 잘하니까 박수쳐주고 싶고. 하지만 나는 모델이라는 타이틀은 고스란히 지키고 싶다. 다만 모델 앞에 형용사를 더 붙여가고 싶을 뿐이다. 형용사로 이거다, 하고 정해놓은 건 없지만. 이를테면 똑똑한 모델, 디자인도 할 줄 아는 모델 같은.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 ‘87mm’를 운영하는 건가. 자신의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 같다.
=처음에는 단순이 옷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하나의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패션위크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디자이너로 참가하려고 현재 심사 과정을 밟는 중이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창작물을 만들 때, 어떤 사람은 아티스트로서의 감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티스트라기보다는 비즈니스적 마인드가 더 강하다. 현실주의자로서의 입장이랄까.

-현재 온스타일 <겟 잇 뷰티>의 패널로 출연 중이다. 앞서 말했듯 방송 활동을 차차 더 해나갈 계획인가 보다.
=방송의 힘이라는 게 있긴 있나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본다. 그래서 <씨네21>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게 아닐까.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서 더 좋은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더 좋다.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GUYS & GIRLS>에 멘토로도 합류한다. 장윤주 누나가 여자 모델들을, 내가 남자 모델들을 상담해준다.

-하이 패션뿐 아니라 스트리트 룩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안다.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의 룩을 즐기나.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자친구에게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다. 여자친구가 단정한 거 좋다고 하면 그렇게, 산만한 스타일을 선호하면 또 그렇게 입는다. 옷뿐 아니라 성격도 친구 따라 바뀌는 편이라 여자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그렇다면, 혹시 현재의 파트너는.
=사람이 없다. 사실 지금은 결혼이 정말 하고 싶은데. 여기서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할까보다. ‘저랑 결혼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웃음)

-<씨네21> 독자들에게 다가올 여름 패션의 팁을 알려달라.
=시원시원하게 입으시라. 아이템으로는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좋겠다. 아니면 루즈한 팬츠나 톱을 매칭하면 어떨까. 예쁜 샌들도 많이 나오더라.

-끝으로 관객이 이번 영화제를 어떻게 즐기길 바라나.
=아담한 규모의 귀엽고 정감 가는 영화제다. 나도 영화관에 자주 갈 거다. 나와 함께 평상시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영화들을 보면 좋겠다. 이미 본 영화라도 괜찮다. 다시 보면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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