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돈을 좇는 인간 군상의 누아르 <황제를 위하여>
2014-06-11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김성동 원작 만화를 각색한 <황제를 위하여>는 돈을 좇는 인간 군상의 상승과 하강을 보여주는 누아르다. <황제를 위하여>는 누아르 장르에 친숙한 과거 회상 방식을 사용하되, 회상 시점을 주인공이 절체절명 딜레마에 빠진 지점으로 잡아 장르적 관습을 살짝 비틀었다. 즉, 결정적인 순간까지 과거형으로 이야기를 잡아두다가 첫 장면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시간이 현재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황제를 위하여>는 폭력과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다. 총기류 사용이 급증한 최근 한국 액션영화와 달리 주먹과 칼싸움 위주의 액션으로 구성되었다. 승부 조작이 발각되어 은퇴한 전직 야구선수 이환(이민기)은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체를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대표 정상하(박성웅)와 조우한다. 황제 캐피탈 대표인 정상하는 사채업을 배경으로 합법적인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한때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하던 투수 이환은 돈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게 되고 다시 돈 때문에 사채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동정을 버려야 존경을 받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상하는 이상하게도 이환을 감싼다. 평소 자신의 주장과 달리 이환에게 어떤 연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하의 오른팔로 승승장구하던 이환은 유흥업소 차 마담(이태임) 때문에 상하와 갈등을 빚게 된다. 이민기와 박성웅의 연기 조화가 돋보이는 <황제를 위하여>는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갖고 있긴 하지만 왠지 다 낯이 익은 느낌이다. 심지어 인물의 내면도 익숙하다. 세상의 이야기들이야 비슷하기 마련이지만 낯선 요소가 적당히 배합되어 있어야 자기 색깔이 확실해진다. <황제를 위하여>는 그런 배합의 측면에서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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