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 <베스트 오퍼>
2014-06-11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신작 <베스트 오퍼>는 상당히 섬세한 미스터리물이다. 일단 제목부터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베스트 오퍼’란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 제시액이자,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났을 때 제시하는 최고가를 의미한다. <베스트 오퍼>의 주인공인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시)은 인생을 건 베스트 오퍼를 하게 되고 영화는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지켜본다. 세계 최고의 미술품 경매사 버질은 한번도 실수를 범한 적이 없는 명실상부 완벽한 경매사이다. 절도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버질의 경매 진행은 그가 소개하는 미술품들의 명성에 걸맞다. 고급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는 버질은 의상, 음식 등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누리며 살고 있다. 결벽증을 갖고 있는 버질은 평생 여자를 사귄 적 없는 모태 솔로다. 현실에서는 여자를 만날 엄두도 내지 않는 버질이지만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는데 바로 여성 초상화 수집벽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손에 넣는 버질은 비밀의 방을 마련해 수집품을 걸어둔다. 지역과 시대를 막론한 여성들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로 가득 찬 방에서 홀로 그림을 감상하는 건 버질의 유일무이한 낙이다.

<베스트 오퍼>는 감상할 포인트가 많은 영화다. 주인공이 미술품 경매사이니 각종 유물과 회화를 감상하는 것은 기본이요, 에드거 앨런 포 작품 등 문학적인 소양을 향유하면서,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은 음악을 청취하는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진품과 위조품에 대해 버질과 그의 짝패인 빌리(도널드 서덜런드)가 나누는 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버질은 위조품은 진품의 미덕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창작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고 설명한다. 진품을 모사하는 화가들은 자신을 알리고 싶은 욕심에 그림의 옷 주름이나 눈동자 등에 슬그머니 자기 이니셜을 적고는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실패한 화가 빌리가 느끼는 감정이자 영화의 복선이다. 대화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시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부분이다. 주인공 버질만큼이나 침착하고 우아한 영화 <베스트 오퍼>는 예술 전반을 아우르며 고급스러운 취향을 뽐낸다. 흔히 아름다운 영화로만 기억하는 <시네마 천국>도 알고 보면 따뜻하지만은 않은 작품이었듯 <베스트 오퍼>도 까다로운 면이 있다. 하지만 품위 있는 까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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