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는 남자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우는 남자>
2014-06-11
글 : 주성철

이정범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서 남자주인공은 모두 울었다. 하나같이 미성숙했고 늘 어떤 사건 속에서 한 여자를(<열혈남아>의 나문희, <아저씨>의 김새론) 만나고서야 비로소 성장했다. 그러니까 제목을 <우는 열혈남아> <우는 아저씨>라고 해도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운다. 모두 ‘불현듯 터져나오는’ 울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번에 가장 많이 운다. 세 번째 장편영화 <우는 남자>는 감독 스스로 ‘우는 남자 3부작’이라고 부르는 시리즈의 종착역이다. <우는 남자>는 언제나 비슷한 남자주인공을 그려온 그의 선명한 자의식이 ‘<아저씨> 다음 영화’라는 타이밍과 충돌한다. <우는 남자>를 향한 만족과 불만족 모두 거기서 기인한다.

어려서 한국 땅을 떠나 낯선 미국에 정착한 뒤, 홀로 킬러로 살아온 곤(장동건)은 목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소녀를 죽이고 만다. 그로 인해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는 그에게 또 다른 명령이 떨어진다. 바로 자신이 죽인 소녀의 엄마 모경(김민희)을 처리하는 것이다. 한편, 모경 또한 남편과 딸을 잃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모경의 직장 상사(김준성)와 변 실장(김희원)의 존재가 있다. 죄책감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곤을 처리하기 위해 차오즈(브라이언 티)를 비롯해 콜롬비아 출신의 전문 킬러 형제 역시 한국 땅을 밟는다.

액션 누아르 장르로서 <아저씨>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우는 남자>의 야심은 어마어마하다. 장미아파트 총격전 등에서 그들이 선보이는 화력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물론 <아저씨>와 궤를 함께하는 이정범 감독 특유의 설정도 있다. <아저씨>의 만석(김희원)과 종석(김성오) 형제처럼 우애 좋은 악당 형제가 등장하고, <아저씨>의 람로완처럼 적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눈빛으로 존경을 표하는 또 다른, 하지만 이겨야만 하는 상대방이 있다. 그처럼 당대 액션 누아르 장르 안에서 이정범 감독은 그만의 인장을 확실히 남긴다. 그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 주인공의 내면은 황폐해지고, 울음은 목표를 이루고서야 덧없이 터진다. 그의 영화 속 남자들이 처한 운명이 늘 그랬다. 누군가에게는 납득할 만한 고독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과잉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극장 밖의 ‘우는 남자’도 각오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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