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서부에서 ‘웃기는’ 백만 가지 방법
2014-06-12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밀리언 웨이즈> 감독과 주연배우들 인터뷰

<밀리언 웨이즈>는 <⑲곰 테드>로 극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둔 세스 맥팔레인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심슨>과 더불어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패밀리 가이>의 창조자이자, 역대 최고의 집필료를 받는 극작가이기도 하다(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폭스사와 1천만달러의 계약을 성사했다고 한다). <밀리언 웨이즈>를 통해 극작가이자 연출자로서 자신의 이력을 다시 쓰고 있는 그가 고른 장르는, 기이하게도 ‘웨스턴’과 ‘코미디’의 조합이었다. 그리고 그는 엉터리 미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1880년대 서부의 한 마을에서 예상치 못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는 양치기 청년 알버트(세스 맥팔레인)의 사랑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또한 그는 이 작품에서 (목소리가 아닌) 주인공 역할까지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어떤 작품, 어떤 배역에서든 자신의 존재감을 한없이 드러내는 샤를리즈 테론이 그의 상대역인데다, 리암 니슨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 많은 영화팬과 평단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비바람이 쌀쌀하게 불던 지난 5월27일 저녁 런던 시내 토튼햄 코트 로드에 위치한 NBC 스크리닝룸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국과 유럽 및 아시아 각지에서 온 기자들로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영화의 도입부, 알버트가 서부에서 겪어야 하는 ‘터무니없는 혹은 예상치 못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시사회장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몇몇 기자들은 맥팔레인의 유머감각에 대해 크게 박수를 치며 격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상영장 안은 조용해졌다. 이에 대해 다음날 클라라지스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은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영화 도입부의 발칙함에 비해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 진행이 너무 늘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세스 맥팔레인과 샤를리즈 테론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같은 기자들의 반응에 어떤 답을 내놨을까.

세스 맥팔레인

-<백 투 더 퓨처>나 <장고>를 연상시키는 시퀀스들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나.
=사실 이 아이디어는 영화를 막 찍기 시작하면서 떠올랐다. 사실 처음 작품을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이런 식의 장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1882년 애리조나에서의 삶을 조금 더 과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차피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면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 제이미 폭스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우리 영화가 전체적인 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부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개그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카메오들을 찾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 나는 사람보다 개그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쪽이다. 이완 맥그리거의 경우, 마침 우리 촬영장 근처를 지나다가 인사를 하러 왔는데, 샤를리즈가 출연 제의를 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자신의 영화 <Jane Got a Gun> 촬영을 위해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덕분에 우리 영화에서는 따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다. (웃음) 하지만 그가 나오는 장면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TV에서 활동하다 영화쪽에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두 미디어간의 장단점을 더욱 실감할 것 같다.
=나는 두 매체를 모두 사랑한다. 음… 작가의 관점에서는 사실 TV에서 조금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TV는 이번 회에서 웃기지 못하더라도 더 분발할 수 있는 ‘다음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90분 혹은 2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이 명확하게 있어서 그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게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연출자의 시각에서는, 작품에 조금 더 공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할 때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

샤를리즈 테론

-앞서 세스 맥팔레인은 이완 맥그리거를 당신이 현장에서 직접 섭외했다고 했다.
=(웃음) 따지고 보면 그렇다. 이완이 우리 현장에 인사하러 왔기에 그 자리에서 내가 제안을 했고 그도 선뜻 받아들였다. 사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이완이 우리 영화에 출연했는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데, 어쩌면 그래서 우리 영화를 두번 혹은 세번씩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웃음)

-웨스턴 코미디라니, 당신이 그동안 써온 이력과는 다소 생소한 장르 같다. 어떻게 세스 맥팔레인과 함께 작업하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세스로부터 영화에 대한 간략한 아이디어를 들었다. 사실 그때부터 웨스턴 코미디라는 장르에 큰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이후 완성된 시나리오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나는 세스의 이전 작품들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그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했을 때 코미디 연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코미디 연기는 좀더 나를 자유롭게 놓을 때 나오는 것 같다는 교훈을 얻었다. (웃음) 훌륭한 감독, 좋은 동료가 있다면 내가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상자 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도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점이다. 그 방면에서 세스는 최고의 감독이자 동료 배우였던 것 같다. 또한 세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촬영을 하면 할수록 나에게도 그가 가진 자신감이 전염됐던 것 같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루이스의 관점에서,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드나.
=영화의 결말에 100% 동의한다. 그가 알버트에게 한 행동들을 생각해봐라! 혹시 이것 외에 다른 결말이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묻는 것인가.

-너무 흥분했다.
=(웃음) 맞다. 사실 내가 이런 면에 있어서는 조금 보수적인데, 나는 루이스는 결코 알버트라는 남자를 얻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스 맥팔레인과 함께 그의 차기작 <테드2>에도 참여한다고 들었다. 그에 대한 신뢰가 매우 큰 것 같다.
=감독으로서 세스는 매우 집중력이 강하다. 그는 자신이 촬영하는 모든 장면들을 주의 깊게 보면서, 본인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러다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상대역을 연기하기도 한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코미디에 대해서 남다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와 연기하고 함께 작업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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