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그 영화만의 ‘색깔’을 찾아서
2014-06-20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우는 남자> 박진영 컬러리스트

2014 <수상한 그녀> <방황하는 칼날> <우는 남자> <국제시장> <상의원> <타짜2> <협녀: 칼의 기억> 2013 <고령화가족> <감시자들> <집으로 가는 길> 2012 <베를린> <내 아내의 모든 것> 2011 <완득이> <푸른 소금> <써니> 2007 <황진이> 외 다수

D.I.(Digital Intermediate) 컬러리스트? 영화인에겐 익숙하지만, 관객에겐 생소한 크레딧이다. 색보정 기사라고도 불리는 컬러리스트는 촬영이 끝난 영상의 색감과 밝기 등을 조정하는 후반작업 스탭이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촬영 환경이 바뀌면서 컬러리스트의 업무 양은 늘어났고 그 비중도 높아졌다. 다양한 디지털카메라의 세팅값, 노출값을 체크할 뿐 아니라 영화 전체의 색감을 조율한다. 김태경 촬영감독 (<은교> <방황하는 칼날>)은 “영화의 컨셉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따라 컬러리스트의 역량이 평가된다”고 말한다. <우는 남자>의 박진영 컬러리스트가 시나리오를 중요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영화의 기승전결을 파악하고 있어야 영화 전체의 톤을 잡는 데 유용하다.”

<우는 남자>의 이모개 촬영감독이 요구했던 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카운슬러> 같은 색감”이었다. “촬영감독님은 톤은 화려하나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색감을 원하셨다. 단순히 블루 계열을 써서 해결될 게 아니었다. 디지털 화면 특유의 딱딱한 질감을 그대로 살리는 쪽으로 해봤다.” 컬러리스트는 본 촬영에 앞서 촬영감독에게 영화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제안하기도 한다. ‘영화의 톤과 컨셉을 잡아내기’ 위해서 그녀는 촬영감독, 미술, 의상, 분장팀까지 모두 합류하는 컨셉회의에도 빠지지 않는다.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한 배우가 가구와 벽지 등이 모두 세팅된 촬영장에서 찍은 테스트 영상을 함께 본다.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화면상으로 보는 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상팀이 원하던 의상 컬러가 화면상에 안 나온다 하면 내가 그 자리에서 바로 색보정을 해보인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차가운 톤을 잡기에 좋은 소니의 F65를 쓰기로 결정하면서, “현장에서 어떻게 찍어야 후반 색보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녀와 상의했다.

보는 눈이 까다로운 촬영감독들로부터 “컨셉을 잘 잡는다”는 평을 듣는 그녀의 비법은 뭘까. “대학 때 전공으로 각본을 썼다. 시나리오를 분석하면서 그때의 공부가 도움이 된다. 다방면에 걸쳐 책도 읽고, 연극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이런 게 나만의 레퍼런스가 된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방황하는 칼날>로 그녀와 호흡을 맞춘 김태경 촬영감독은 “공장이 아닌 이상 영화마다 감독마다 원하는 색상, 콘트라스트, 채도가 다 다르다. 좋은 컬러리스트는 매번 다르게 컨셉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박진영 컬러리스트가 그렇다.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소스가 많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8년 전, 그녀는 감각적인 색만 찾는 CF에서 색으로 스토리를 해석하는 영화로 길을 틀었다. 그녀의 선택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국제시장> <상의원> <타짜2> <협녀>까지, 올 한해 작업해야 할 영화가 줄줄이고, 산더미다.

베이스라이트(Baselight)

“컬러리스트의 팔레트이자 붓이다.” 국내와 할리우드에서도 두루 쓰이는 고가의 컬러리스트용 전문 장비다. 이 기기와 영사기를 연결한 뒤 큰 스크린으로 영상을 보면서 색 작업을 한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동안 끼고 사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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