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코란 암송을 통해 꿈을 이루다 <와즈다>
2014-06-18
글 : 김보연 (객원기자)

호기심 많은 문제 소녀 와즈다(와드 모하메드)는 최근 자전거에 마음을 뺏겼다. 하지만 어머니는 물론 교장 선생님도 여자가 자전거를 타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와즈다의 주머니에는 자전거를 살 돈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코란 퀴즈 대회에서 1등을 하면 거액의 상금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와즈다는 주위 사람들의 놀란 시선 속에서 열심히 코란을 공부하며 대회를 기다린다. 과연 와즈다는 상금을 탈 수 있을까,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남들 앞에서 거리를 신나게 달릴 수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여성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의 <와즈다>는 어린아이가 처한 험난한 현실을 여러 측면에서 조명한 성장영화다. 영화 속 와즈다가 직면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여자란 이유로 자전거도 못 타게 하는 문화적 보수성이다. 남자의 시선이 닿는 장소에서는 놀 수 없고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소녀에게 부상보다 ‘순결’을 먼저 확인하는 이 사회는 누가 보아도 여자아이가 살기 힘든 곳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일부다처제 때문에 벌어진 와즈다의 가족 문제이다. 와즈다는 그녀를 든든히 지지해줄 부모가 필요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둘째아내를 맞는 문제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안 분위기가 좋을 리 없고 와즈다도 덩달아 우울해진다. 그리고 세 번째는 와즈다의 일상에 불쑥 침입하는 폭력적인 상황들이다. 아이들이 ‘폭탄 순교’ 뒤 받을 보상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희생을 강요받는 풍경은 지금 와즈다의 문제가 단순히 일상의 차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님을 냉정하게 암시한다.

이처럼 주인공이 처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리는 것이 <와즈다>의 큰 장점이다. 그리고 영화는 단지 현실을 고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삶의 아이러니까지 건드리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를테면 이슬람 사회의 특수한 규율 때문에 힘들어하던 와즈다가 다른 것도 아닌 코란 암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장면은 웃음을 넘어선 깊은 페이소스를 선사한다. 어른들의 관점에서는 문제아일지 모르지만 와즈다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신의 뜻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온 마음을 담아 가만히 코란을 암송하는 와즈다의 단순한 행위 앞에 어른들의 낡은 잣대와 억압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이 순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심으로 “신의 축복”을 빌게 하는 이 영화의 빛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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