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변신완료
2014-06-23
글 : 주성철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미리보기

새로운 배우들과 조우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3년 만에 돌아온다. 샤이아 러버프가 떠난 대신 마크 월버그가 합류했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완결편이라 생각됐던 <트랜스포머3>(2011)에서 시카고를 무대로 펼쳐졌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마지막 결전 이후의 이야기다. 오랜 원작의 팬들 중에는 배우들이 교체된 것처럼 감독도 교체되길 원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쨌건 적어도 박스오피스가 언제나 사랑해온 감독 마이클 베이가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리즈 사상 강력한 상대로 평가받는, 앞서 예고편에서 그 음산하고 날렵한 체구를 과시했던 ‘락다운’의 등장이다. 새로운 땅에서 맞닥뜨린 새로운 적들, 이번에도 <트랜스포머>를 외면하긴 힘들 것이다.

이제 진짜 여름이 시작되는구나. 마이클 베이의 새로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매번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이번에도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어쨌건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본격적으로 돌아왔다고. 앞서 공개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예고편에서는, 지난 3편에서 시카고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던 것처럼 ‘아시아 월드 시티’ 홍콩이 박살나고 있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완차이 컨벤션센터의 거대한 지붕이 뜯겨나가고, 홍콩의 명물 스타페리가 하늘로 들어 올려진 채 두 동강났다. 내년 개봉예정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서울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에 대한 예습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처럼 <트랜스포머>는 시리즈를 더해가며 ‘파괴지왕’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오랜 원작의 팬들이라면 마이클 베이 특유의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대규모 액션 신이 아니라, 옵대장(옵티머스 프라임)과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락다운’의 일대일 대결을 가장 기대할 것이다. 원작에서도 락다운은 가장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중 하나였다. 지난 3편을 보며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은 심지어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던, 그러니까 누가 누구를 왜 때리는지 헷갈릴 정도였던 대규모 시가전의 피로함이었다. 그래서 예고편에서 정면을 보며 당당하게 걸어오는 락다운의 위압감은 상당하다. 이제 진정 제대로 한판 붙는 것인가.

떠난 사춘기 소년, 그 자리를 채우는 아버지

시카고를 휩쓸어버렸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마지막 결전 이후, 옵티머스 프라임과 오토봇 군단은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의 도움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가장 강력한 적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자동차 좋아하는 사춘기 소년’이라는 <트랜스포머>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던 샘 윗위키(샤이아 러버프)를 내보내고 ‘가장’ 케이드 예거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꽤 의미심장한 변화다. 지난 3편에서 취업 스트레스로 시달리던 샘의 모습은 너무 어두웠다. 극중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뭔가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원거리 연애를 극복하지 못했는지, 역시 ‘멋진 자동차와 예쁜 여자친구’라는 조합을 환상적으로 충족시켰던(심지어 터프한 데다 탁월한 자동차 정비기술까지 갖췄다) 여자친구 미카엘라 역의 메간 폭스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도 큰 아쉬움이었다. 새 여자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등장하긴 했지만 ‘백수’ 샘에게 취업을 종용하고, 미카엘라와 달리 트랜스포머라는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심지어 잘나가는 직장여성이었던 관계로 혼란스런 추격전의 현장에서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무척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칼리가 일하는 자동차박물관의 소유주로 나와 시종일관 칼리에게 추파를 던졌던 딜런(패트릭 뎀시)으로 인해 어정쩡한 삼각관계가 형성된 것도 썩 좋은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 케이드 예거가 만들어갈 ‘가족애’라는 테마는 꽤 흥미로운 요소다. 전편에서 취업 스트레스와 여자친구와의 갈등이라는, 다소 산만했던 이야기의 곁가지들을 깔끔하게 봉합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인간’들은 오토봇과 디셉티콘 군단의 대결을 부각시켜줄 멍석 정도만 잘 깔아주면 된다. 그러기에 메간 폭스와 로지 헌팅턴 휘틀리라는 전편의 ‘여신’들에 비해 케이드 예거의 하나뿐인 딸로 등장할 테사 예거(니콜라 펠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라스트 에어벤더>(2010) 이후 ‘폭풍성장’했다고는 하나 그 활약상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그래서인지 공개된 스틸에서 올 블랙 패션으로 조슈아(스탠리 투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화권 여배우 리빙빙의 정체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빙빙은 극중 트랜스포머를 생산하는 회사의 중국 지역 CEO 수유에밍이라는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다. 라이벌 판빙빙이 <아이언맨3>(2013)에서 당했던 굴욕(중국 개봉 버전에만 3분여 출연하면서 자존심을 완전히 구겼으나, 이후 출연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순간이동이 가능한 ‘블링크’로 출연하여 30여명의 돌연변이들을 구출해내는 ‘짧지만 강렬한’ 활약을 펼쳐서 지난 굴욕을 다소 만회하기는 했다)을 떠올려보면 꽤 남다른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최강의 적 ‘락다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힘쓴다. 그 과정에서 지난 시리즈의 참혹한 전투때문인지 인류와 트랜스포머는 다소 대립하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기나긴 전투로 인해 삶의 터전이 황폐화됐기 때문이다. 이 역시 중요한 설정이다. 샘이 설레는 표정으로 옵대장과 범블비를 우러러보던 전편들의 정서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고편에 등장하는 메가트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갈바트론’은 바로 전편의 시카고 전투에서 그 잔해를 모아 인간들이 만들어낸 로봇이다. 그처럼 영화는 그 갈등을 중요한 전제로 깔고 있다. 어쩌면 ‘드리프트’라는 정신의 융합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조화로운 합체를 그렸던 <퍼시픽 림>(2013)이 어떤 자극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로 인류와 트랜스포머의 갈등과 화해라는 굵직한 흐름 말이다. 바로 그 사이에 케이드 예거의 가족애가 자리해 있고, 락다운이라는 막강한 적이 등장한다. 1편의 메가트론, 2편의 폴른, 3편의 쇼크웨이브에 이은 현재로선 그 능력을 감히 짐작하기 힘든 적이다. 어쨌건 덩치만 크고 실속 없는 적은 분명 아니다.

예고편을 통해 등장한 락다운은 비클 모드(로봇 모드가 아닌 평소 모습)일 때 새끈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왼쪽)의 모습이다. 멋진 것과 별개로 다소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크기의 균형을 맞추려면 옵대장이 비클 모드일 때 ‘다마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꽤 일리 있는 지적을 할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 중요한 것은 원작의 무시무시한 현상금 사냥꾼 락다운의 등장이다. 우주선 ‘나이트쉽’을 배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존재감은 예고편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락다운은 원작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 사이에서 딱히 소속을 규정하기 힘든, 오직 돈만 생각하는 ‘무법자’라고 할 수 있다. 디셉티콘쪽에서 돈을 주며 오토봇을 잡아오라거나 사살하라는 지령을 받으면 냉혹하게 일을 수행했다. 원작에서 비중이 컸던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 악마적 카리스마만으로도 등장 이유는 충분하다. 예고편에 나온 “누가 너를 보냈지?”라는 대사는 아마도 락다운을 향해 던진 말일 것이다. 이후 락다운의 행보는 여러 가지로 흥미진진하게 예측할 수 있다. 단지 오토봇을 학살하기만 하는 무시무시한 현상금 사냥꾼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 마음을 고쳐먹고 오토봇 진영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상상 말이다.

또 하나의 재미 ‘다이노봇’

또 하나의 흥미로운 새 캐릭터는 바로 공룡 형태의 트랜스포머 ‘다이노봇’이다. 예고편에서 중국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옵대장이 올라타 마치 말처럼 부리는 그 트랜스포머다. 사나운 다이노봇을 길들이는 과정은 마치 <아바타>(2009)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가 비행수단 ‘이크란’을 길들였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산수는 분명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에서 시리즈 역사상 가장 멋진 전투 중 하나로 평가받는, 옵대장이 샘을 지키기 위해 디셉티콘들과 3 대 1로 싸우다 죽는 숲속 전투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게다가 공개된 스틸에서는 유독 하나의 검을 들고 있는 옵대장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지금껏 트랜스포머들의 전쟁이 피처럼 기름을 토하고 입김처럼 가스를 내뿜는 무사들의 싸움을 연상시켰다면, 혹시 4편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트랜스포머 버전 <와호장룡>’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닐까. 물론 트랜스포머가 주윤발이나 장쯔이처럼 대나무 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는 없겠지만, 마이클 베이의 연출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매번 압도적인 전투 신 하나만큼은 반드시 등장했음을 떠올려보면, 팬들은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더불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지난 3편에 이어 3D로 제작되는 두 번째 시리즈다. 원래 3D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마이클 베이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촬영 스튜디오를 방문한 다음 마음을 고쳐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3편에서 스카이다이버의 몸에도 3D 카메라를 부착하여, 그들이 시카고 상공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무려 시속 240km의 속도로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작업이었던 관계로 촬영속도가 느려졌고, 철저히 ‘예산, 스케줄 준수형 감독’인 마이클 베이로서는 충분히 자존심 상할 만한 3천만달러의 추가 예산까지 투입됐다. 그런 전편의 시행착오 속에서 4편은 기존 트랜스포머 액션을 더욱 능수능란하게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렇게 트랜스포머의 새로운 전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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