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영화 속 언어 표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청소년의 욕설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고, 영화에서 욕설과 비속어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영화 속 언어 표현 실태와 등급 분류 기준 적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여 영화 속 언어 표현에 대한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한국영화에 욕이 많이 나온다는 데 동의한다. 맥락상 불필요함에도 웃음을 위해 욕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청소년이나 청년을 다루는 영화에도 욕이 심할 때가 왕왕 있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영화 속의 언어 표현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등위 주최의 토론회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다른 영화인들도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오죽하면 영등위가 SNS에 “아쉽게도 영화감독, 제작자 등 영화산업 현장에서는 토론회 참석을 고사”했다고 언급까지 했겠는가.
현장의 부정적인 시선은 영등위가 자초한 면이 크다. 현장의 목소리를 열린 자세로 듣겠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최근에도 <미조> <님포매니악 볼륨1> 등의 등급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번 토론회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토론회를 두고 욕설 표현의 수위나 횟수에 따른 상영등급 분류 기준을 만들어 또 다른 방식으로 창작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최근 영등위는 전주영화제 등에서 15세 관람가로 상영한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내렸다. 주제, 내용, 영상 표현에 있어서는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대사에 있어 거친 욕설과 비속어 등의 사용이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묘사되고 있고, 모방위험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등급 판정은 앞서 언급한 토론회와 무관하지 않다. 특정 영화의 언어 표현에 대해 관람 연령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먼저 결론을 낸 뒤 여는 토론회가 과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일까? 이래서는 곤란하다.
영화 등급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선(先) 등급 판정, 후(後) 토론 제안(혹은 홍보)’이 아닌 영등위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