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의 청춘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4-06-25
글 : 이주현

진정 이것이 우리의 끝일까?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라는 제목 끝에 문장부호를 하나 붙여야 한다면 그것은 마침표나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노동을 헐값에 착취당하는 청춘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대학생, 배우 지망생, 탈북자, 자퇴 고등학생, 중년의 실직자 등이 도시 변두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편의점에서 사랑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점주 흉내를 낸다. 그리고 그들은 고작 말보로 담배 한갑 살 거면서 온갖 ‘썰’을 풀어놓는 손님, 알바생의 말투를 트집잡는 손님, 편의점 귀신이 돼버린 손님, 무책임하고 신경질적인 점주를 상대한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얼굴 없는 것들> <청계천의 개> <줄탁동시>에 이은 김경묵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성기 노출 등 거침없는 표현과 실험적 연출을 즐겼던 김경묵 감독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전작과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물론 전작에 비해 ‘상업적’이란 얘기지 사람들의 이면,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를 즐겼던 김경묵 감독의 인장은 곳곳에 찍혀 있다. 중심 서사 없이, 중심이 되는 캐릭터 없이,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 역시 김경묵 감독의 ‘실험’이다. 에피소드의 다발이 다소 산만하고 느슨한 게 흠이지만 감독의 문제의식만큼은 분명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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