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바둑판을 두고 오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신의 한 수>
2014-07-02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마치 동명의 원작 만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신의 한 수>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바둑 소재의 영화다. 화투판을 다룬 영화 <타짜>가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케이퍼 필름의 성격이 강했다면, <신의 한 수>는 액션이 두드러진 영화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패착’, ‘포석’, ‘사활’ 등은 바둑 용어이기도 하다. <신의 한 수>는 이런 대표적인 바둑 용어를 소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전개된다. 인간은 내기를 좋아하고 한번 내기에 빠지면 패가망신은 물론이요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세상의 내기 중에서도 바둑은 최고의 지능전과 심리전이 펼쳐지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바둑을 소재로 하고 있으니 <신의 한 수>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내기 바둑으로 목숨을 잃은 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복역한다. 태석은 교도소에서 형의 복수를 위해 와신상담 내공을 기른다. 바둑 실력을 연마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술 실력을 갈고닦아 원흉 살수(이범수)와 대면할 날을 기다린다. 인정사정없는 살수는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실행하고 자신에게 대드는 인물은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 악의 화신이다. 출소한 태석은 살수 주변 인물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내기 바둑을 위해 큰 판을 짠다. 불법도박장의 바람잡이 꽁수(김인권), 훈수를 위한 맹인 바둑의 고수 주님(안성기) 등이 모이고 태석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신의 한 수>는 화끈한 액션과 내기 바둑의 서스펜스가 조화된 작품이다. 냉동창고 액션 등 심혈을 기울인 액션 장면들에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둑의 세계가 너무 심오하다는 것이다. 대국을 하는 상황의 서스펜스가 대사를 통해 설명되고는 있지만 관객이 바둑판을 읽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는 하나 바둑판을 두고 오가는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지루할 틈은 없다. 가령 “세상이란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지옥”과 같은 대사가 그렇다.

볼거리가 많은 영화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도 흥미로운 요소다. 관철동 뒷골목, 청담동의 화려한 바, 노량진 수산시장 등 <신의 한 수>는 로케이션 장소로 십분 활용한다. 내기 바둑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으나 눈을 잃은 ‘주님’이 생계를 꾸리는 곳은 관철동이고, 냉혈한 살수가 뜨내기 손님부터 거물급 고객까지 상대하는 불법도박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있다. 불과 반집 차이로 승패를 가르는 바둑에서 마지막 계산을 ‘계가’라고 한다. <신의 한 수>는 이제 ‘계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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