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커진 액션의 규모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2014-07-0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시카고 전투가 끝나고 5년이 지난 현재, CIA는 지구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트랜스포머를 모조리 잡아들이는 중이다. 심지어 오토봇조차 이 작전의 예외가 아니며 그렇게 CIA는 정체불명의 트랜스포머 락다운을 내세워 잔인한 사냥을 이어간다. 한편 시골 마을에서 고물을 고치며 살아가는 케이드(마크 월버그)는 언제나처럼 고장난 트럭을 수리 중이다. 그는 하나뿐인 딸의 대학 학비를 마련할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갑자기 트럭이 로봇으로 변신해버린다. 이 로봇의 이름은 물론 옵티머스 프라임이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마이클 베이의 제작자로서의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지난 세편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통해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개성 없는 캐릭터에 대한 비판을 줄기차게 들어왔지만, 마이클 베이는 적어도 이번 4편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개선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는 자신만의 ‘정공법’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바로 액션의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다. 훌쩍 길어진 2시간 44분의 상영시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 보여주려 한다. 이를 위해 등장인물들은 미국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상하이, 홍콩, 우주선 등 다양한 무대에서 소동을 부리고, 기존의 캐릭터로는 지루할까봐 인간이 개조한 새로운 로봇과 다이노봇, 그리고 우주괴물이 가세해 지구 파괴를 거든다.

이처럼 어떻게든 더 강한 자극을 주기 위해 5분에 한번씩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부수는 영화를 세 시간 가까이 보고 있으면 이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기존의 잣대로 비판할 영화가 아니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어떤 신장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 ‘트랜스포머 장르’에서 이야기와 등장인물은 액션의 동기를 제공하는 도구일 뿐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부서지는 건물을 최대한 긴 시간 동안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걸작의 칭호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마이클 베이가 아니면 이렇게 액션에 비정상적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영화를 뚝심 있게 만들 감독도 거의 없을 것이다. 비록 남는 것은 정리하기 힘든 줄거리와 피곤한 눈이지만 동시에 최첨단 CG 기술의 결정체를 보았다는 성취감 또한 크게 남는다. 이것이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가진 거의 유일한 미덕이라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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