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교정의 단풍잎을 찍고 있다. 카메라를 든 이는 대학 영화동아리 멤버 민우(탁트인)다. 새 카메라를 장만한 그는 같은 동아리 친구 수나(황보라), 철규(김준호)를 꼬드겨 다큐멘터리 공모전에 낼 작품을 찍으려고 한다. 낮술을 먹은 뒤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세 사람은 우연히 선배의 자동차 열쇠를 손에 넣는다. 이로부터 세 사람의 내장산으로의 즉흥여행이 시작된다. 이들은 호기롭게 길을 나서는데, 시작부터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을 마주치는 불길한 일을 겪는다. 그런데 이들은 사고 현장에 떨어져 있던 내비게이션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차에 장착한 채 희희낙락한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이들은 펜션으로 향한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종착지가 비극이라는 것은 짐작 가능하다. 결말이 뻔한 가운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과정의 신선함이다. <내비게이션>이 선택한 해법은 카메라를 찍는 행위에서 공포 요소를 찾는 것이다. ‘찍다’라는 동사는 ‘촬영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살해를 연상시키는 단어이다. 자신이 촬영한 화면을 보며 하는 민우의 첫 대사가 “정말 죽인다”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내비게이션 역시 카메라의 일종으로 사용된다. 결국 이 작품은 ‘찍히면 죽는다’류의 공포영화와 궤를 같이한다. 뒤로 갈수록 블랙박스, CCTV의 시선을 비롯한 전지적인 시점이 끼어들면서 촬영자로서의 민우의 서사 내적 위치가 흐지부지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쉽다. 영화의 원작은 전민우의 단편 <안전운전 하십시오>다. 아닌 게 아니라 결말에 이르면 한편의 긴 공익광고를 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