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두 외로운 사람들 <라라피포>
2014-07-0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라라피포’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뜻하는 영어, ‘a lot of people’(어 랏 오브 피플)을 빠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라라피포>는 도쿄 거리에서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관계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섯명의 인물을 스케치하듯 짧게 보여준 뒤 각각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든다. 히로시(미나가와 사루토키)는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만으로 그들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다. 그는 매일 밤 위층에서 들려오는 섹스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한다. 어느 날 술집에서 뚱뚱하고 과도하게 귀여운 여인 사유리(무라카미 도모코)를 우연히 만난 그는 드디어 섹스에 성공한다. 사유리는 자신의 성행위 장면을 셀프 촬영한 뒤 이를 판매하는 AV 배우다. 히로시의 윗집 남자 겐지(나리미야 히로키)는 AV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헌팅남이다. 겐지에게 걸려든 도모코(나카무라 유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AV에 최적화된 배우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공기인형>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두 영화에서 다루는 외로움의 온도는 서로 다르다. <라라피포>는 성(性)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시종일관 코믹한 톤을 유지하는 까닭에 영화가 끝난 뒤에는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적인 면이 부각되긴 하나 결정적인 장면은 대부분 생략됐으므로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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