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시리즈가 ‘끝의 시작’이라는 부제를 달고 찾아왔다. 2003년 개봉하여 일본 공포영화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주온>은 이불 속, 벽장 등 일상 공간을 활용한 섬뜩하고 기분 나쁜 장면들로 유명세를 탔다. ‘주온’이란 죽은 자의 강한 저주를 의미하는데, 본 시리즈는 저주가 쌓인 장소에 방문한 사람들이 의문의 사건을 겪는 것을 소재로 해왔다.
학기 중 이례적으로 초등학교 담임을 맡게 된 유이(사사키 노조미)는 장기 결석생 토시오를 만나기 위해 가정방문을 한다. 그녀는 토시오의 엄마 가야코를 만나지만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받게 된다. 토시오의 집은 19년 전 의문의 사건으로 가족이 몰살당한 집으로 흉한 소문이 자자하다. 한편 그 흉가를 방문한 네명의 여고생들은 차례차례 비현실적인 공포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주온: 끝의 시작>은 일가족 살인사건, 귀신들린 집, 망자의 저주, 복합 시점이라는 원작의 익숙한 설정에 자연스럽게 기댄 영화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영리한 속편이다. 이번 편에서는 악명 높은 귀신 모자 토시오와 가야코를 재등장시켜 이들이 원한을 갖게 된 원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더불어 19년 전, 10년 전의 사건을 현재와 뒤섞어 미스터리를 구축해나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퍼즐을 맞추듯 시간의 인과관계를 따져보게도 만든다. 일본적 공간이나 폐쇄적 인간관계를 다루는 형식적 깔끔함, 비주얼이나 효과가 아니라 분위기로 공포감을 만들어내는 실력은 여전하다. 다만 전작의 공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식상함을 줄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