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끝은 어디일까. 리우데자네이루 한복판에서 유괴 사건이 벌어지자 유괴된 여자아이의 아버지인 베르나르도(밀헴 코타즈)는 자신의 내연녀 로사(린드라 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를 데려간 건 맞지만 다른 공범이 있다고 말한다. 베르나르도의 아내 역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으며, 그 남자의 아내가 진짜 범인이라는 것이다.
브라질의 신인감독 페르난도 코임브라의 <울프 앳 더 도어>는 한 여인의 복수를 그린 영화다. 처음 15분만 본다면 이 영화를 복잡한 내용의 추리극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여성이 자신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갚아주는 것,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이며 그 과정에서 관객을 속이는 복잡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여자가 얼마나 잔인한 일들을 겪었고 그 끝에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즉 유괴, 강간, 납치, 살인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평범했던 사람이 얼마나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쉽게 동의하기 힘든 선택을 내린다. 범인의 끔찍한 행동에 대한 심리적 동기를 설명하려 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럴 만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범인 역시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인과관계의 단순한 설정은 결과적으로 영화의 의미를 매우 빈약하게 만든다. 복잡할 수도 있었던 범인의 심리는 ‘복수심’이란 말로 모두 설명되고, 결국 남는 건 눈살이 찌푸려지는 범죄의 끔찍함과 그로 인한 불쾌함, 그리고 허무뿐이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동의는 할 수 없는 영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