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장 무서운 중독 <땡스 포 쉐어링>
2014-07-16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술, 마약 등 세상의 수많은 중독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이라고 대답한다. 섹스중독자는 몸에 늘 마약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 것과 같아 가장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섹스중독자들의 고통과 연대를 그린 영화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 현상을 묘사하는 것보다 지난한 치유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섹스중독으로 인해 파괴된 가족이나 친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땡스 포 쉐어링>은 섹스중독자 치유 모임 참가자들의 개별 사연을 따라간다. 10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팀 로빈스)는 알코올중독에 이어 섹스중독까지 겪으며 삶과 가정이 파괴될 지경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인물이다. 모임에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만 정작 아내와 아들은 그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크다. 8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 마이크의 아들은 드러내놓고 아버지를 위선자라고 비아냥거린다. 마이크는 스스로를 치유하기에 바빠 가족들의 마음까지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마이크를 모델로 삼아 5년째 치유 중인 아담(마크 러팔로)은 사회적 성취도 이루었고 인품이나 교양도 나무랄 데 없는 매력적인 남성이다. 그럼에도 섹스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과의 교제를 피하다가 운명적으로 피비(기네스 팰트로)를 만난다. 애정표현에 과감한 피비는 아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혹시라도 옛 버릇이 되살아날까 두려운 아담은 피비의 접근을 피하고 둘은 오해가 쌓여 이별하게 된다. 직장 상사를 몰래 촬영하다 병원에서 해고된 의사 닐(조시 게드), 친구 아버지와 관계를 맺어 친구를 잃은 디디(핑크)도 모임의 일원이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때론 감시하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 오랜 세월을 인내하고 절제해도 어느 순간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10년을 수행하듯 살아온 마이크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 무너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의지다.

“감정은 아이와 같아서 너무 풀어줘도 안 되고 너무 억눌러도 안 된다”는 마이크의 말처럼 절제를 위해서는 긴장이 필요하다. <땡스 포 쉐어링>의 주인공들처럼 섹스중독은 아니라도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인간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 완벽해 보이는 피비도 사실은 운동중독이자 외모에 대한 강박에 갇힌 인물이듯이 누구나 한 군데쯤은 중독된 부분이 있다. <땡스 포 쉐어링>은 제목에서부터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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