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훨씬 더 화려하고 강력해진 드래곤들의 라인업 <드래곤 길들이기2>
2014-07-23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디즈니의 공주 만화들이 중산층 보수주의 여성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한다면 드림웍스의 왕족 만화들은 아동 교육물에 대한 강남 좌파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데 효과 만점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도 후자를 충족시키기 위한 많은 ‘정치적 올바름’을 구현하고 있다. 일단 주인공 히컵은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바이킹 혈통이며, 부족장이지만 단순히 혈통을 근거로 한 권력 이양에 회의를 품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신체적 장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 개발을 통해 그것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매우 모범적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드래곤’이라는 타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던 바이킹족들이 히컵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고 소통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2편에서는 히컵이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부족장으로서 자질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2편에서 히컵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다. 죽은 줄만 알았던 어머니는 드래곤들을 지켜주고 보살피는 ‘드래곤 마스터’가 되어 있었다. 모자간의 만남을 통해 1편에서 히컵의 두드러졌던 재능- 타자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극복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이 바로 어머니로부터 전수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타자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어떻게 우리를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지킬 것인가를 강구하는 보수주의 정치인들과 달리 히컵은 적을 물리치기보다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최고의 무기인 “대화”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한다. 이 고민은 1편만큼 유용하지만 꼭 효과적이지는 않다. 오바마 정권의 외교 정책에 대한 회의가 작용했는지는 몰라도 결정적 순간에는 무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춰가는 히컵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비친다. 그가 자신의 혈통적 특권에 대해 회의하지만 결국은 그 범주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도 타협적이다.

<드래곤 길들이기2>는 <겨울왕국>을 보며 제대로 된 결투도 없이 이뤄지는 복수와 화해에 맥빠져 했던 소년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드래곤들을 이끄는 어둠의 적 드라고가 등장하기 때문에 1편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강력해진 드래곤들의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다. 또 이제는 드래곤을 능숙하게 다루게 된 전사들과 자신의 능력을 레벨업한 히컵의 비행과 활강 모습을 3D로 즐기는 쾌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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