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중년 남녀의 ‘풋풋한’ 사랑 <어떤 만남>
2014-07-30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자유로운 영혼의 엘자(소피 마르소)는 성공한 소설가다. 어린 남자친구와의 캐주얼한 만남만을 이어오던 그녀는 자신의 새 소설 출판 기념 파티에서 만난 변호사 피에르(프랑수아 클루제)에게 짧은 순간, 운명 같은 사랑을 느낀다. 피에르 역시 엘자와의 사랑을 강렬하게 꿈꾸지만, 피에르에게는 그를 믿고 의지하는 아내 안네(리사 아주엘로스)와 아이들이 있다.

<어떤 만남>은 중년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성숙함’보다는 ‘풋풋함’에 더 관심이 많다. 엘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장을 뒤적이고,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느라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피에르의 모습이나 피에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려 친구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보고, 어린 남자친구를 이용해 피에르의 질투를 끌어내려 애쓰는 엘자의 모습은 십대들의 연애 양상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하지만 어색하고 어설플 법한 이 에피소드들이 큰 무리 없이 흘러갈 수 있는 건 한때 ‘십대 멜로영화’의 여신이었던, 그래서 소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은 고운 주름이 아직 너무 낯설기만 한 소피 마르소 덕분이다. 무엇 하나 모자랄 것 없는 피에르가 갑작스레 홀린 듯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역시 그녀가 아니면 쉽게 설득되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모든 신에 등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그녀는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저명한 소설가로, 십대 남매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싱글맘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힘들어하는 여인으로 살아가는 엘자의 다양한 삶의 면면들을 담아내기에 소피 마르소의 단조로운 연기 패턴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영화의 중심에 (엘자가 아닌) 소피 마르소가 놓여 있는 것과는 달리 이야기는 사랑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피에르의 심적 변화를 따라간다. 가족을 버릴 마음이 없는 피에르가 엘자와의 사랑에 성공하는 방법은 ‘판타지’뿐이다. 실제로 피에르는 ‘양자물리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한순간 여러 곳에서 존재하는 자신을 상상한다(엘자가 발표한 새 소설의 제목 역시 <퀀텀 러브>(Quantum Love)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쑥불쑥 등장하는 피에르의 ‘양자적 상상’들은 애틋한 사랑의 산물이 아닌 견딜 수 없는 욕망의 분출처럼 보여 오히려 이야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여기에 피에르의 아내로 직접 출연한 감독 리사 아주엘로스의 존재가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영화의 절대적 시선으로 내내 작동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영화는 얼마간 불온한 느낌마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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