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이들의 동심, 어른들의 본성 <머나먼 세상 속으로>
2014-07-30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아들은 폭군처럼 거친 아버지와 단둘이 숲속에서 살아간다. 숲 밖 세계를 ‘머나먼 세상’이라고 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절대 나가서는 안 된다고 엄포한다. 비바람 몰아치는 날 아버지가 크게 다치자, 아들은 그를 치료하기 위해 ‘머나먼 세상’으로 낯선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야생적 동심으로 충만한 <머나먼 세상 속으로>는 장 프랑수아 보슈맹의 동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숲에는 반인반수의 생령들도 살고 있는데, 이중에는 사슴얼굴의 엄마도 있고 말, 고양이, 개구리 얼굴을 가진 조력자들도 있다. 감독은 판타지 속에 전쟁을 경험한 유럽의 역사적 상처도 기입해넣었다. 아마도 숲속 생령들은 전쟁과 적의가 만들어낸 가여운 희생자들이지 않을까 싶다. 악몽 속에서 아빠는 징집을 거부하는 잠꼬대를 하고, 군대가 주둔한 마을에는 축제처럼 참전 권유 캠페인이 한창이다.

모네나 르누아르의 풍경화를 떠올리는 숲과 마을 풍경은 손작업 애니메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장 르노(아버지), 이자벨 카레(마농) 등 실력파 배우들의 더빙 참여도 화제를 모았다. 2010년 타계한 누벨바그의 대표 감독인 클로드 샤브롤(의사)은 최후의 육성 연기를 선보였다. 작품은 야생의 아이를 다룬 프랑수아 트뤼포의 <와일드 차일드>(1970)나, 숲 밖 문명 세계에 대한 적대감을 상징화한 M.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2004), 무엇보다 야생적 권능을 예찬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를 강하게 상기시킨다. 아이의 동심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슬쩍슬쩍 폭력적이고 우울한 어른 인간들의 본성을 깔아두었기에 모든 세대에 소구될 재미와 사유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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