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지구, 아니 우주는 우리가 지킨다
2014-07-3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기자회견 현장

전세계를 넘나드는 어벤져스의 활약상을 보며 영웅이 많아 세상이 좁다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누군가는 슈퍼히어로들이 활동하기에는 지구가 좁다 생각했고, 마블 유니버스는 그렇게 또 하나의 세계를 추가했다. ‘어벤져스’의 지구에 이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디언즈’가 지키는 은하계가 바로 그 두 번째 무대다.

영화는 지구에서 시작된다. 1988년, 죽어가는 엄마가 내민 손을 잡지 못하고 병원을 뛰쳐나온 아이는 때마침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비행선에 빨려들어가 우주로 납치된다. 그로부터 25년 뒤, 우주 도적들의 손에 자라 청년이 된 피터 퀼(크리스 프랫)은 폐허 속에서 값나가는 물건을 찾아 팔아넘기는 고물상이 됐다. 어느 날 피터가 수상한 물건 하나를 찾아내는데, 소유자에게 우주를 지배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져다주는, 이터니티 스톤이다. 그래서 피터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 여럿 따라붙는다. 평화로운 잰더 행성을 파괴하고 전우주를 지배할 욕심을 가진 로넌(리 페이스)은 곧바로 암살자 가모라(조 살다나)를 파견한다.

그렇게 이터니티 스톤을 둘러싸고 피터, 가모라, 현상금 사냥꾼 콤비인 너구리 로켓(브래들리 쿠퍼)과 나무인간 그루트(빈 디젤), 그리고 로넌에게 복수의 칼을 갈아온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가 모이게 된다. 이들은 오합지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이기적인 인물들인데, 이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인물들이 불협화음을 겪으며 진정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뭉치게 되고, 위기에 처한 우주를 구하기 위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의기투합한다.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참신한 구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관객은 이미 큰 힘을 가진 보물을 두고 선악이 충돌하고, 그 힘에 의해 주인공이 슈퍼히어로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슈퍼히어로 장르를 통해서 익히 보아왔다. 등장인물끼리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의기투합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그렇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이런 기시감을 주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활용한다. 어디선가 본 적 있고, 어디선가 들은 적 있고, 느낀 적 있지만, 식상하진 않다. 무엇보다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에 있다.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는 은하계의 수호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정이 들어 마지막에 이르면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블 유니버스의 팬과 가벼운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에게 적극추천한다. <Come and Get Your Love>(레드본), <Cherry Bomb>(더 런어웨이스), <I Want You Back>(잭슨파이브), <Escape>(루버트 홈) 등 의 7080 팝송이 마치 뮤지컬처럼 적절한 순간에 나와주니, 믹스테이프 세대에게 도 반가울 영화다.

7월19일, 캘리포니아 버뱅크시에 자리한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감독 제임스 건과 배우 크리스 프랫, 조 살다나, 빈 디젤, 베니치오 델 토로, 데이브 바티스타 등이 함께한 기자회견은 진행 내내 떠들썩하니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달 만에 만나는 자리라 감정이 복받친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는 감동의 순간”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제임스 건 감독과 유쾌한 배우 크리스 프랫의 문답을 정리했다.

마블맞춤형 나만의 우주 만들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과 배우 크리스 프랫 인터뷰

-스타로드는 마블에서 유명한 캐릭터는 아니다. 이런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일은 어떤 경험이었나.
=제임스 건_솔직히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릴 적 상상 속의 행성들에 대해 빼곡히 적은 종이를 100장쯤 가지고 있었다. 이 별에는 어떤 종족이 살고 그 종족은 어떤 애완동물을 키우는지, 어떤 관개시설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림도 그려넣었다. 그것이 나의 우주였다. 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나의 우주를 마블이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내 전체 경력에 있어서 가장 신나는 일이었다.

-피터 퀼이 되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익혔는지 궁금하다. 캐릭터에 대해서 어떤 조사를 했나.
=크리스 프랫_원작 코믹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제임스는 내게 원작을 읽어보지 말라고 했다.

제임스 건_크리스는 이 말을 계속해서 하고 다닌다. (웃음)

크리스 프랫_피터 퀼이 되기 위한 태도에 대해 말하자면, 영화를 만드는 내내 제임스를 완전하게 신뢰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연기하면서 ‘이게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창피하다고 느끼는 거였다. 마음을 열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내게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제임스가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당신이 캐스팅됐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을 것이다.
=크리스 프랫_이 영화가 대단한 것은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를 캐스팅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내가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제임스는 역할을 완전히 소유하고 소화할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나는 그때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었는데, 스스로가 액션 배우인지, 코미디 배우인지, 드라마 배우인지 모르고 있었다.

제임스 건_우리는 스무명 정도 스크린 테스트를 했다. 훌륭한 배우도 많았지만 맘에 꼭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캐스팅 디렉터가 크리스의 사진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사실 나는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시트콤 드라마 <팍스 앤드 리크리에이션>의 뚱뚱보 바보?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리스가 오디션장에 들어와 대본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다. 아주 가끔 역할과 배우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데, 크리스와 피터 퀼이 그렇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뚱뚱해도 그는 딱 피터 퀼이었다.

-SF액션영화지만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감정이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제임스 건_내게 이 영화는, 첫째로 아들과 엄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둘째로, 우리는 모두가 쿨하고 터프하고 냉소적이어야 멋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를 만들며 나는 모든 캐릭터와 그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사랑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가족에 대한 영화, 소중한 것에 대한 영화, 그래서 아끼는 것에 대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속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제임스 건_잭슨파이브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영화에서는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가 제일 좋더라.

크리스 프랫_영화 속의 모든 음악과 친해지고 싶었다. 순서대로 들을 수 있는 마스터를 달라는 것이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제임스에게 한 요청이었다. 순서대로 듣고 또 들었다. 어떤 노래와는 사랑에 빠졌고, 어떤 노래는 아주 싫어하게 됐다. 영화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노래는 <O-o-h Chil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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