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신나는 해상 롤러코스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4-08-06
글 : 송경원

대개 장르영화는 관객과의 암묵적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대놓고 특정 장르를 표방한다는 것은 이제부터 약속된 장르의 법칙 아래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것이니 황당하다고 토 달지 말고, 유치하다고 비웃지도 말라는 선언이라 생각해도 좋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코믹 어드벤처라는 깃발을 내걸고 <캐리비안의 해적>이 이미 지나갔던 롤러코스터의 레일을 성실하게 따라간다.

명나라에서 받아온 조선의 국새를 고래가 삼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조정대신들은 모흥갑(김태우)을 수군통사로 명하고 비밀리에, 그것도 보름 안에 고래를 잡아오라고 명한다. 여기에 수군의 협박을 받은 해적단 두목 여월(손예진)과 모흥갑과 악연으로 얽힌 산적단 두목 장사정(김남길), 그리고 여월에게 원한을 품은 해적단 대두령 소마(이경영)까지 가세해 국새를 노리는 도적떼들로 바다가 시끌벅적해진다.

겨우 보름 동안 어찌 그리 신속하게 이동하며 조선 앞바다를 휘젓고 다니는지, 망망대해에서 고래는 또 어찌 그리 자주 마주치는지 등 소위 말이 되는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해적>은 사건의 개연성, 시대적 고증 같은 사소한 건 가볍게 무시하고 웃음, 스릴, 눈요깃거리를 서비스할 요량으로 정해진 임무를 뻔뻔하게 수행한다. 이 영화가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모험을 테마로 한 일종의 놀이기구라는 사실만 납득한다면 그 끝에 제공되는 쾌감은 꽤 즐길 만하다. 해상 어드벤처를 내세운 이상 좋든 싫든 <캐리비안의 해적>의 그림자를 벗어날 순 없는데 <해적>의 경우엔 좀더 적극적으로 이를 벤치마킹했다. 어드벤처물로서의 만듦새는 하향평준화되어 있지만 아기자기한 코미디를 결합해 극적인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성공의 일등공신은 단연 철봉 역의 유해진이다. <해적>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순간은 해상 전투가 아니라 유해진의 속사포 같은 입담에서 비롯된다. 전체적으로 특촬물 수준의 헐거운 만듦새와 산만한 구성이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해적과 산적을 잇는 철봉의 ‘찰진’ 대사들이 접착제 역할을 하며 원만하게 이어 붙인다. CG의 수준도 이야기를 방해할 정도는 아닌데 의외로 CG 캐릭터인 고래의 활용이 수준 이상이다. 의무적으로 드라마를 끼워넣으려 하는 순간마다 여지없이 무너져내리지만 그럼에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넉살과 여유가 있다. 가족 관객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제법 신나는 해양 롤러코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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