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택침입형 공포영화 <유아 넥스트>
2014-08-06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외딴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은 낯선 침입자에게 한명씩 살해된다. 살인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서로 비방하고 원망하며 급기야 몸싸움하는 지경에 이른다. 밀실살인 추리서사는 대체로 이런 공식을 따른다. <유아 넥스트>의 공간은 집이고 모이는 구성원은 가족이다. 가족이라서 뭉치기 좋은 것 같지만, 서로 너무 잘 알아서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갈등은 오히려 증폭된다. 저예산영화로 만들어진 <유아 넥스트>는 미국에서만 제작비 대비 27배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매드니스 부문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는 <유아 넥스트>가 가진 관객 흡인력을 증명하는 지표다. 장르 관습을 잘 활용하여 관객이 친숙하게 느끼며 즐기도록 하는 동시에 새로운 요소를 첨가해 예상치 못한 놀람을 선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잘 만든 장르영화의 핵심이다. <유아 넥스트>는 그런 면에서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 35주년을 맞은 중년 부부 오브리, 폴의 자녀들은 부모의 결혼기념일 축하 파티를 위해 모인다. 회사 중역으로 은퇴한 폴은 한적한 시골마을에 고풍스러운 집을 마련하고 파티 전날 아내 오브리와 이사한다. 오브리는 열려 있는 현관문부터 어딘지 수상한 기운을 느끼지만 폴은 아내를 안심시킨다. 날이 밝자, 세 아들과 딸이 각자 애인을 동반하고 차례로 도착한다. 온 가족이 모인 뜻깊은 저녁식사 자리는 점입가경 서로를 공격하는 난장판으로 변해간다. 특히 첫째아들과 둘째아들은 감정의 골이 깊어 화해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소란 속에서 딸이 데려온 남자친구가 석궁에 맞아 첫 번째 희생자가 된다. 휴대전화도 사용 불가능한 상태에서 고립된 가족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기 시작한다.

공포영화의 장르 관습을 따르고 비트는 <유아 넥스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여주인공 에린의 캐릭터다.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에린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짐작할 수 없었던 면모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스텝 업 3D>에서 멋진 춤을 추었던 샤니 빈슨이 에린 역을 맡았다. 괴한들과 가족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신선하다. 동물 가면을 쓴 괴한들은 석궁, 장검, 도끼를 주로 사용하고, 에린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스테이크용 고기 망치, 식칼, 송곳 등 주방용품이나 공구를 이용한다. 가택침입형 공포영화답게 가정에 흔한 도구를 쓰는 것이다. 달리보면 그만큼 가정이 무서운 곳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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