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고인이 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 <모스트 원티드 맨>
2014-08-06
글 : 장영엽 (편집장)

<모스트 원티드 맨>은 국내에 동명의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선과 악, 아군과 적의 경계가 모호한 존 르 카레의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방황하는 위기의 존재들인데, 이 영화에선 이제는 고인이 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이 회색지대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독일 정보부 비밀조직의 수장인 귄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어느 날 함부르크에 만신창이가 된 러시아 출신의 모슬렘 청년 이사가 나타났는데, 그가 찾는 아버지의 유산이 알고 보니 러시아 마피아의 비자금이라는 첩보를 입수한다. 이사를 돕는 인권변호사(레이첼 맥애덤스)와 은행장(윌렘 데포)을 정보원으로 포섭한 귄터는 이사를 미끼 삼아 배후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테러의 흔적을 추적해나간다.

<모스트 원티드 맨>은 9•11 테러가 계획되었던 도시 함부르크에 여전히 존재하는 불안정하고 신경증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조명한다. CCTV와 미스터리한 전화 통화, 그리고 협박과 회유. 과장된 액션과 이야기가 배제된 이 영화는 실존할 법한 스파이들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이 냉혹하고 차가운 세계 속으로 걸어들어온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좋다. <카포티>에서 보여준 내면적인 잔인한 면모와 <미션 임파서블3>의 선 굵은 악당을 조합한 것 같은 그의 ‘귄터’는 착 가라앉은 영국의 흐린 날씨 같은 이 영화에 활력을 더해준다. 호프먼에 대한 존 르 카레의 말대로, “또 다른 필립을 만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예감에 마음이 아련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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