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절대 개봉할 수 없는 영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알랭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받았을 때, 한국 영화관계자들이 한 자조 섞인 말이다. 남성들이 나체로 등장하는 퀴어영화가 성적 표현에 상당히 민감한 국내의 등급심의 기준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이 영화가 지난 8월7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상영됐다. 국내 상영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서울아트시네마 친구들 영화제, LGBT영화제 이후 네 번째다. 영화를 수입한 레인보우팩토리의 김승환 대표는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제한상영가라도 받으면 향후 영화제 상영조차 어렵다.” 제한상영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체 등급을 매기는 영화제가 그나마 과감하고 실험적인 영화들의 숨통 역할을 했는데 제한상영가로 판정나면 이마저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수의 이방인> 상영 직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 포럼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에서는 제한상영가의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기조발제에 이어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 제작자 김조광수, 국민대 법대 황승흠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님포매니악>을 수입한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 내에 예술영화인정소위가 있다. 영비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예술영화관에서 예술영화를 상영할 수 있지 않겠냐”라며 예술영화전용관에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하게끔 하자는 입장을 전했다. 황승흠 교수는 “영화법이 낡은 게 문제다. IPTV, 블루레이, DVD 등 영화 유통 채널이 다양화됐는데 과거 비디오 시장 때 만든 법에 기대고 있다”라며 매체별 특성을 고려한 상영 방식의 변화와 관련 법 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제한상영가의 존폐를 넘어선 대안 찾기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