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포켓몬 숫자만큼의 모험이 있다. 적어도 포켓몬 월드 안에서는 그렇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AG: 아름다운 소원의 별 지라치>는 기다리던 새로운 모험은 아니다. 1998년 <뮤츠의 역습>을 시작으로 포켓몬은 16번 진화해왔고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해왔다. 이번 편은 2003년에 제작된 AG(Advanced Generation) 시리즈의 첫편이다. 그로 인해 이야기는 친숙한 캐릭터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먼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웅이와 봄이, 정민이다. DP 시리즈 이후 볼 수 없게 된 동료들이다. 주인공 지우는 그들과 함께 천년에 한번, 7일 동안만 볼 수 있다는 천년혜성을 찾아왔다. 그런데 목 좋은 자리에 마술사 버틀러의 놀이공원이 세워진다. 그의 마술쇼에는 보라색 보석이 등장하는데, 바로 그 안에 환상의 포켓몬 ‘지라치’가 잠들어 있다. 쇼를 관람하던 정민이 우연히 지라치를 깨우게 되고, 버틀러는 지라치의 에너지를 훔쳐서 전설의 포켓몬 그란돈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10년 전의 극장판인 만큼 색다른 액션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하기 힘들다. 게다가 피카츄를 제외한 다른 동료 포켓몬의 활약도 다른 극장판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극의 중심에 있는 지라치가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전투형 포켓몬이 아닌 점도 그렇다. 하지만 이번 편의 매력은 포켓몬의 격렬한 전투보다 지라치와 정민의 귀여운 우정과 악당 버틀러의 뼈아픈 반성에서 느껴지는 서정이다. 양념처럼 등장하는 로켓단 3인방조차 웃음을 줄 뿐 누구를 괴롭힐 생각이 없다. 다시 천년 동안 잠들어야 하는 지라치가 정민과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는 순간, 아이들의 탄성은 결국 똑같다. “역시 포켓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