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름다운 곤충들의 모습 <곤충왕국 3D>
2014-08-13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영화는 한국에 서식하는 곤충별로 각각 생존하는 모습을 하나씩 카메라에 담아낸다. 매미, 나방, 벌, 풍뎅이, 소똥구리, 거미, 여치, 개미 등 다양한 곤충이 등장한다. 긴다리소똥구리는 새끼들을 위해 자신의 몸집보다 큰 소똥을 굴리다가 소똥과 같이 구르기도 하지만 긴 여정 끝에 무사히 보금자리로 소똥을 운반한다. 참나무 진액을 차지하기 위해 두 마리의 장수풍뎅이가 벌이는 싸움은 소싸움 못지않은 육중함과 박진감을 안긴다. 새끼들을 위해 열심히 먹이를 구해 벌집으로 돌아왔지만 개미떼에게 새끼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한 것을 발견한 암벌은 벌집 위를 한동안 서성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장수말벌과 꿀벌의 대전투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생존의 치열함과 냉혹한 자연의 법칙을 상기시킨다.

영화가 먼저 선사하는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곤충들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고, 징그럽다며 만지기 꺼리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밟아 죽인다. 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곤충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여기에는 스크린의 크기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곤충이 코끼리처럼 크게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그들은 형형색색 아름다운 각자의 색깔과 무늬를 뽐낸다. 그리고 그 찬란한 세계 속에는 냉혹한 자연의 법칙이 존재한다.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는 곤충들의 모습은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영화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존재와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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